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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음의 쓸모있음
Level 8   조회수 160
2020-07-20 01:20:16

1.

아르바이트를 해보려고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시간을 공부에 쏟고 싶지만

리셋된 일상을 다시 되돌리려면 어느 정도의 강제된 루틴도 필요하다 싶어서인데요.



집과 가까운 곳을 몇 군데 찾아 지원하기 위해 새로 이력서를 작성해보려고

성인이 된 이후로 일했던 파트, 계약직 경력들을 쭉 나열해봤는데, 잠깐 일한 곳을 제외해도

세보니 열두 군데 정도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렇게 일을 많이 했었구나 싶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쓸모없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예전에 한창 공사장에서 일할 때 아는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일하면 잠시 큰돈을 벌어도 지금은 공부해야 하는 때야."라고 말이죠.

사실 맞는 말이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화가 났습니다. 나의 사정을 알고서 말하는 것인지,

밥 한 번 사준 적 없는 사람에게 저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하고 말이죠.



사실 제가 지금까지 여러 일과 공부를 해왔지만 지금 공부하는 데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쓸모가 없죠. 그래서인지 지난 시간을 되돌리면 그렇게 지낼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기도 했지만

조금 허무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난 그동안 뭘 했나. 이게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됐나 하고 말이죠.



그러다 또 어머니가 해주셨던 말이 떠오릅니다.

"쓸모없는 경험은 없어. 다 나중에 도움이 될 거야."라고 하신 말씀이 말이죠.



2.

쓸모없음의 쓸모있음. 한자로 무용지용(無用之用)은 장자가 한 말입니다.



장자가 산길을 가다가 큰 나무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나무꾼은 그것을 봐도 베려 하지 않는데요.

장자가 그 이유를 물으니 '쓸모가 없기 때문에'라고 나무꾼은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장자는 말합니다.

이 나무는 쓸모가 없어서 그 수명을 다할 수 있게 된다고 말이죠.



3.

오늘 소설을 하나 읽었습니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단편소설인데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냉동 수면 기술을 연구했고 연구가 마무리되면 가족이 있는 행성을 가고자 했습니다.

사람의 수명으로는 갈 수 없는 거리지만 연방정부의 기술의 도움으로 그 길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구가 마무리될 때쯤 연방정부는 그 행성으로 가는 정류장을 폐쇄했고 더는 갈 수 없는 상황이 이르렀습니다.

그런데도 주인공은 그 정류장에서 머물며 백 년 이상 동면했다 각성했다를 반복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짧은 거리나 겨우 갈 수 있을 만한 개인 우주선을 가지고 죽음을 무릅쓰고 떠나는 이야기인데요. 



주인공은 마지막에 그런 말을 합니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라고 말이죠.



4.

우리는 어쩌면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에는 쓸모없는 것이 없습니다. 그저 숙소에 가만히 있던,

자연을 관찰하던 맛집을 찾아가 음식을 먹든 무엇이든 간에 말이죠.



어떤 이는 짧게 여행을 하고 그곳에 정착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여러 지역과 나라를 거치며 각각의 의미들을 찾고 발견하며 살아가는 것일 겁니다.



5. 개인적인 결론

결국 쓸모없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혹여나 내가 가려는 목적지에 끝내 도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중요한 것은 내가 가야 할 곳을 알고 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걸음에 최선을 다한다면 또 다른 길과 목적지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보며 글을 마칩니다.



이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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