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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의 평가
Level 2   조회수 117
2020-07-18 01:56:16

오늘은 콘서타에서 페니드로 바꾼 첫날이다.

콘서타를 3주간 복용하면서 가장 힘든점은 가슴떨림과 긴장이었는데, 약을 바꿔주신다고 해서 메틸계가 아닌 다른 것을 쓰실까 궁금했는데 같은 메틸계지만 서방형이 아닌 페니드로 처방해주셔서 오늘 처음 먹었다.


오늘의 목표는 세부계획 세운 것을 모두 클리어하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달성률은 80%였다. 저녁이 되기 전까지는 모든 계획을 다 잘 마칠 수 있었는데

저녁식사를 하고나서는 급피로가 몰려오더니 8시 반부터 두시간동안 기절해버렸다;;

이 약은 원래 이런 약인가;; 조금 걱정되지만 내일은 어떨지 잘 지켜봐야겠다. 

그래서 그 원래 그 시간에 하기로 했던 일은 하지 못했다.

그래도 오전, 저녁 전 오후 시간은 상당히 알차게 보내서 뿌듯하다.


남편과 밤에 한강산책을 시작한지 한달이 넘어간다.

다녀오면 한 시간 반 정도다. 원래는 걷기만 했는데, 요즘은 근력 운동도 함께 하고 있다.

근력운동을 하면 확실히 몸에 활기가 더 도는 느낌이다.

언젠가는 풀업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열심히 팔근육도 키우고 있다.

예전에는 운동 시작하면 반드시 욕심을 내서 무리하게되고, 그러면서 근육통이 오고 몸이 어디가 아프게 되서 운동을 쉬고 이런것의 반복이었는데, 요즘은 정말 무리가 되지 않게 살살하면서 조금씩 늘려나가니 참 좋은 것 같다.


3일전만 해도, 정말 이렇게 사는것이 너무 괴로워서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했는데 

가장 힘든 시간은 지나간 것 같아서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다.

이제는 약물치료, 그리고 계획을 차근차근 달성해나가는 방식의 인지치료, 그리고 집중을 도와주는 음악같은 보조수단을 통해서 나의 뇌를 바꿔나갈 것이다.

사람의 뇌는 평생 바뀐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를 완전히 정복하진 못하더라도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 보다 조금 더 편하게 살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오늘 읽었던 책에서 가장 가슴에 와닿는 구절이 있었다.

@는 삶의 전반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질환이고, @를 다루기 위해서는 자존감의 상승같은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변화할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자존감이 낮은편이 아닌데, 나의 불안장애를 낮은 자존감에 초점을 맞춰왔던 것이 잘못된 접근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사람인것은 사실 누군가의 잘못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냥 나는 이렇게 태어난거다. 그런데 내가 의도치않게 해온 인간관계 안밖의 실수와 오해 때문에 불안장애가 심해진 것이 확실하다. 

에이앱에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의 불안과 걱정, 자신감 부족이 남이야기같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고 또 위안도 받는다. 에이앱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나는 나 혼자 세상사람들과 너무 다른 것 같아서 슬프고 무서웠다.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응원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공간을 찾은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


어제 받은 심층심리검사 결과에서 내가 애정욕구가 대단히 크다는 부분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제 내가 인간관계에서 발휘하는 친화력이, 정말 그 사람을 알고싶고 그 사람과 깊은 교류를 하고 싶다기 보다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하고싶다는 마음에서 발휘된 것임도 이제는 확실히 알것 같다. (진짜 아빠랑 똑같아서 소름)

이제는 사람에게서 애정을 받기위해 에너지가 소모되는 친화력을 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외의 사랑은 내가 나에게 주는 것, 그리고 절대자에게서 바라는 것으로 충만해지도록 할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래도 괜찮을까하는 마음이 든다. 나는 늘 웃는 얼굴을 유지하는 사람이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오픈된 자세를 유지하는데, 그게 사실 나자신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은근히 큰일이라서 나는 이제 슬슬 그만하고 싶은데, 그래도 되나?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해줄까? 아 맞다, 사람들이 날 좋아할 필요 없기로 했지! 그런데 정말 그개도 되나? ㅎㅎㅎ 이런 생각의 반복중. 남편은 내가 @같은 면모를 뿜뿜하고 맨날 밥먹다가 돌아다니고 혼자 나만의 생각에 잠겨있느라 남편 얘기도 가끔 남편 얘기에 대답도 안하고 그래도 나를 사랑해주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면을 보여도 되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이상 나도 내 쪼대로 살고싶다. 그런데 그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신기한 점은 지금까지 나 자신도, 그리도 주변 사람들도 내가 정말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나는 사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솔직한 사람의 연기를 하고있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이 완전히 내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에는 늘 긴장을 풀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을 만나면 기가 빨렸다.  


어쨌든, 긴장을 풀고, 마음 편하게 살고싶다. 그게 짱이다.

그리고 지금 하고있는 노력들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좋다.

어쩌면 이번 노력을 통해, 나는 절대 내가 극복할 수 없을거라고 믿었던 문제를 해결하고, 더 자신있고 유연하게 삶을 살아나가는 스킬을 획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정말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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