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일기와 같은 글이나 공개된 장소이니 무례한 내용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독서실 책상 앞에 앉아 책 하나 펼지지 못한 채 지낸게 벌써 며칠일까요, 이런 자신이 싫으면서도 약을 복용했음에 불구 효과가 없다는 것에, @가 아닌걸까 의심이 생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노트북을 보는 것 외에는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즐겁지도 않은 글들을 읽고 즐겁지도 않은 영상을 보고 어딘가로 정신을 떠나보내고만 싶어요.
약 부작용인지 요즘은 얼굴을 쥐어뜯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전보다 불안감이 적나..? 모르겠습니다. 곧 있으면 출혈 디버프가 와서 PMS일지도 모릅니다. 정신적 문제와 신체변화로 인한 문제를 같이 가지고 산다는 건 늘 쉽지 않습니다. 어떤 게 문제인지, 우울증일까? 혹은 @약의 부작용일까? 혹은 PMS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내가 게으를 뿐인걸까? 게으름과 병으로 인한 증상, 그 둘을 구분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냥 병적이고 게으른 사람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약을 먹었음에도 효과가 없다면 @가 아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니까요. 그런데도 안절부절 못하며 피부를 쥐어뜯는 부작용은 있으니 슬픈 일입니다. 부작용이 없거나, 약효가 있거나. 둘 중 하나면 나았을텐데 집중엔 효과가 없네요.
정상적인 사람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그 사이에서 비정상으로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해야 하는 일입니다. 어쩌면 다리가 세 개여야 하는데 나는 두 개의 다리만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남들과 같이 보이기 위해선 불편하고 힘들고 괴로워도 가짜 다리를 달고 다녀야만 합니다. 육체적으로의 정상과 비정상, 이 둘을 구별하는 건 무척이나 쉬운데 정신적으로의 비정상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요? 자기 스스로를 납득시키기도 어려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는 본래 그런 사람이라고, 나는 그렇게 태어났고 이것은 이런 이유가 있다고 이해해달라 하는 건 더욱 어렵습니다. 부모님에도요.
아무것도 못하겠는 무기력 속에서도 생각은 팽팽 돌아가고, 의자에 쌓여가는 외출복들 위에 새로운 자켓을 얹습니다. 지저분한 책상에 비스듬히 기대앉아도 뭔가를 할 거 같진 않습니다. 좋아하는 걸 먹으면 나아질까, 밀크코코아를 테이크아웃해왔습니다. 속이 더부룩해졌을 뿐이네요. 우울과 불안과 괜찮음, 그리고 배고픔과 더부룩함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벌써 오후 6시가 되어갑니다. 조용한 공간은 자꾸만 좋지 않은 기억들을 불러옵니다. 10시간 동안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자괴감이 듭니다.
...슬슬 무언가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이 무기력을 이겨내야 할 텐데, 뭐라도 펴야 할 거 같아요. 저를 이길 수 있길 바라며 이만 강의를 들으러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