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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어느날의 일기
Level 3   조회수 261
2020-10-04 23:50:02
슬픔을 나누면 슬픔이 두 배가 된다는 이야기를 나는 믿는다.
어쩌다 시작되었는지 모를 속상한 이야기들은 어째 말하고 난 후에 더 무기력해졌다.
그 무기력에 잠겨 한참을 가만히 누워 있었다.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침구에 향을 뿌리고 눕는 것을 좋아한다.
시작은 그냥 자기 전에 기분 좋은 향을 느끼면서 잠들고 싶다- 그 뿐이었다.
향을 뿌리는 횟수가 늘었다.
생각이 나면 가벼운 마음으로 종종 뿌리곤 했던 것이, 지금은 짙은 마음의 색을 덮기 위한 것으로 변해버렸다.
무거운 표정으로, 짙게, 칙칙.
말이라는 것은 내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었다. 형체도 없는 소리뿐인 그것은 흘려들으면 그만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지냈었건만 이제는 예전처럼 쉽게흘려보내기가 어려워졌다. 어쩌다 이렇게 약해졌을까.
오랜시간동안 내게 옅은 우울은 항상 깔려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우울이 한 번씩 한꺼번에 몰려와도 음악 듣기, 귀여운 고양이와 멍청한 멍멍이 짤들 보기,웹툰 보기 등 쉬는 시간을 가지면 쉽게 쳐낼 수 있었다.
이번엔 도통 떨쳐내어지질 않는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느낌이라 많이 당황스럽다.
의사에게 말을 했더니 우울증이시네요, 라던가 별다른 병명은 말하지 않은 채, 도움이 될 거란 말과 함께 약을 하나 추가 해주셨다.
별도의 검사나 문진은 하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 있으신거겠지.
풀배터리 등으로 지금 내 상태를 정확하게 점검해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검사결과를 받아보았을때 그 단어를 내 눈으로 보게 된다면, 아마도 나는 그것 때문에 더 힘들어질지도 몰라. 이미 내심 예상하고 있던 부분이라곤 해도.


자려고 약을 먹고 누웠는데 시간이 지나도 도저히 잠은 오지 않고 마음조절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쌓인게 있었던 걸까, 쌓이고 있는지도, 그것이 무엇인지, 무엇때문인지도 모르겠는데 터져나오는 것 있다.
미치겠다.
나 스스로가 어떤 상태인지도 모른 채 답답하기만 해.

고장이 난 것 같다.

——
예쁜 글만을 쓰기보단 자기의 감정을 마주하는 것도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서 썼던 일기입니다.
지금은 약을 먹으면서 처음 저 글을 썼던 때 보단 좋아지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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