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건 어느 순간 서늘해진 날씨지만 저는 바닥에 떨어진 은행을 보며 가을이 왔음을 느낍니다.
가을날 가장 사랑하는 순간 중 하나는 비가 올 때입니다. 집 앞 마당에 있는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고 비가 올 때면 저는 우산을 쓰고 나무 밑에 서보곤 합니다. 그러고 비를 맞고 떨어진 은행잎을 보며 하나둘 생각합니다.
지난 추억들을요. 그리고 동시에 지난 일임에도 여전히 저를 아프게 하는 일도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무너져있던 나를 발견했습니다.
무너져보니 저 자신이 병들어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찾아온 일은 아프지만 어떻게 보면 그 덕에 제게 병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병든 건물은 결국 허물고 다시 세워야 하듯 저도 자신을 다시 세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저 무너진 자리를 치워보는 것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점점 깨닫는 것 같습니다. 제 삶은 제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걸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지만 어느 순간 은행이 바닥에 떨어지고 가을이 오듯 제 삶에도 그런 순간이 올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순간을 위해 머물러만 있던 자리에서 이제는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응원해주세요:)
*썸네일 출처 : https://blog.naver.com/sorea119/10124156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