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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Level 3   조회수 132
2020-11-18 01:41:50

쓰던 안경에 뭐가 묻어있어서 렌즈를 닦았는데 닦아도 닦아도 이물질이 사라지지 않았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그건 뭐가 묻어있는게 아니라 기스때문인 걸 알았다.

나는 안경을 자주 쓰지도 않고 줄곧 컴퓨터 앞에서만 쓰고, 컴퓨터를 끌 때는 그 앞에 놓아두곤 하면서 험하지 않게 잘 쓴 것 같은데 왜 기스가 여름밤 하늘 빛나는 은하수처럼 많고 작게 반짝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집 바로 앞에 있는 안경점을 갔다.

기계로 그림을 보며 검안을 했다. 점원은 렌즈를 바꿔가며 이게 낫냐 저게 낫냐 여러번 물었다.

아주 뚜렷하게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미세한 차이는 곧바로 선택하기 힘들었다.

그 분은 친절하게 “이건 1번이구요~ 이건 2번이에요~” 하면서맞는 도수를 찾아주려 하셨다.

2번을 보면 1번이 어땠는지, 1번을 다시 보여달라고 하면 2번이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났다.

안경을 한 번이라도 맞춰본 사람은 알겠지만 도수 비교에 걸리는 시간은 정말 찰나이다. 이전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텀이 길지 않다. 그래서 점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어어 이건가 이거였나 이게 더 잘 보였던가’ 어버버하며 선택했던 건 일관된 도수가 아니라 조금 왔다갔다 했나보다.

그래도 다행히 그 수치가 유의미할 정도로 차이가 나진 않는다 하였고, 기존 안경과도 큰 차이가 없어서 원래 도수와 동일하게 맞추로 했다.


처음으로 안경에 제일 많은 옵션(?)을 선택했다.

안경을 늘 쓰고 다니진 않아서 굳이 돈을 크게 쓸 필요 없다 생각해서 압축도 많이 하진 않았었다.

처음으로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로 선택해보고, 압축도 3번이나 넣었다.


생각보다 적은 금액이 나왔다. 여기서 과집중이 시작되었다.

2년도 더 전에 맞춘 안경은 얼마였더라? 그 땐 어떤 옵션을 선택했었던가?

분명 나라면 안경을 새로 맞춘 후에 사진을 찍어뒀을테니 그게 언제인지 사진첩을 뒤져 시기를 알아냈고, 카드사 홈페이지에도 내역조회가 안될만큼 과거내역이라 핸드폰 문자로 수신된 승인내역을 열심히 찾아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다.

그리곤 결국 찾아냈다. 시원하다기 보단 조금 허무했다. 정말 별 거 아니라서 더 그랬나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는데 그 땐 왜 그리 궁금했었는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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