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가 ADHD인지 의심한지 몇 달, 병원에 찾아가 약을 처방받고 먹은지 몇 달, 처음에 있었던 두통과 울렁거림, 식욕부진도 많이 나아졌어요. 여전히 약을 먹기 위해 밥을 챙겨먹는 실정이지만 그래도 사간맞춰 밥먹는게 어디냐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그러다 내가 약을 안먹을 땐 어떻게 생활했더라 갑자기 궁금해지는거 있죠? 그래서 오늘 하루 늦잠을 잔 기념으로 약을 처음으로 안먹어봤어요. 마침 주말이기도 했고 뭐 큰일이야 있겠어 싶은 마음으로요. 사실 저는 약의 효능은 아주 일부라고 생각했거든요. 플라시보효과처럼요. 그냥 나는 정상범위 안이지만 조금 벗어난 것 뿐이고 약이 그 조금 벗어난걸 제자리로 옮겨주는 그런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저 그렇게 내가 약이 효과 있다고 믿기 때문에 괜찮아진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약을 안먹고 하루를 지내보니까 알겠어요. 제가 요즘 요 몇달간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었던것도, 뭔가를 해야지 생각했을 때 바로 실천할 수 있었던것도, 휴대폰을 하는 대신 할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약속시간 전 10분 단위로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되었던 것도, 스케줄러를 작성하고 작성 순서대로 또는 중요한 순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도 아무것도 안하며 멍 때리며 하루를 보내는 대신 내일의 나를 위해 미래의 나를 위해 한 발자국이라도 더 움직일 수 있게 했던 것도 전부 약 덕분이라는걸요. 정말 약을 안먹으니 뭔가를 해야겠다 생각이 들어도 당장 하기 보다는 다른 걸 하다가 잊어버리더라구요. 예를 들어 점심시간이니까 오랜만에 요리를 해먹을까 그럼 밥을 지어야지 쌀을 불려야겠네 생각하다가 잊어버렸고 다시 시계를 보니 오후 세시였어요. 하하하 그래서 결국 그냥 라면 끓여먹었어요.
또 오늘 하기로 했던 집안일도 청소도 아무것도 안했어요. 이불을 빨래하겠다는 생각을 평일 내내 갖고 있었는데 약 하루 안먹었다고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그리고 또 약을 먹은 뒤부터 들지 않았던 무력감이 드는 하루였어요. 아 맞다 나 약먹기 전엔 이런 기분으로 평생을 매일을 매순간을 살았었지 옛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하루였습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챙겨먹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