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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10대의 기억
Level 2   조회수 121
2021-01-21 22:46:57

나는 내성적이다.

어렸을 때 처음보는 사람을 보면 엄마 뒤에 항상 숨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까지만해도 학교에서 말을 거의 안했다. 

반 친구들에게 벙어리 아니냐는 오해까지 살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

나를 보며 더럽다고 놀리는 여자무리들

나를 자기 하인 취급하며 으스대는 남자애들

말 한마디 못하고 당하고 있는 내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도 나랑 같이 다니는 친구가 한명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왕따에서 벗어났다. 중학교 때부터는 겉모습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중학교 이후 같이 다니는 친구 무리가 생겼지만 사람을 사귀어 본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지내는 것도 어색하거나 불편 할 때가 많았다.

학교에서 같이 있을 때는 조금은 즐거웠지만 방과 후에는 굳이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컴퓨터 게임이 나의 유일한 취미였다. 

새벽 2시까지 게임을 해도 지겹지 않았고 게임중독 수준에 가까웠다.

학교 성적은 중 상위권 그냥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시험은 그럭저럭 잘 봤지만 수행평가나 과제물 제출을

안하거나 잊어버리기 일쑤여서 최하점으로 나오곤 하였다. 

중학교 때는 가장 무난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나는 운동을 싫어했다. 

그래서 체육시간이 가장 싫었다..

축구나 농구는 전혀 못했고 그나마 배드민턴은 조금 좋아했다.

보통 체육시간에 벤치에 앉아 있거나 친구와 이야기를 했다.

체육 수업이 있는 날은 비가 오기를 바랬던 기억도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베프와 트러블이 생겨서 절교하는 일이 있었다. 

나는 베프인 A라는 친구랑 가장 친했는데, A와 또 다른 B C D라는 친구 넷 이서 같이 다녔다.

이 때 내가 E 라는 친구를 새로 사귀었고 E라는 친구와 친해져서 무리에 A~E까지 다섯명이

같이 다니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 A가 E에게 너무 심하게 말 하고 배척하는게 아닌가 

E 편을 들었더니 A가 기분이 상했고 서로 멀어지게 되었다.

서로 자존심도 셋던 우리는 말을 안했던 기간이 너무도 길어지고 결국 사과 할 타이밍도 놓쳐버렸다.

A는 반의 다른 무리들과 친해지게 되었고 A가 무리에서 나가자 B C도 무리에서 떨어져나갔다.  

무리에서 남은 건 나와 D, E 뿐이 었다. 우리 무리는 세명이 되었다.

나는 이 때부터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고2 가을, 친한 친구와 멀어지고 반에서 거의 외톨이가 되었고

같은반의 E와도 예전만큼 친하게 지내기 어려웠다. 솔직히 그 친구는 변한게 없는데

그 때는 E가 너무도 미웠다. 내 친한친구를 갈라 놓은 것 같았기 때문에... 

유일한 친구는 D였으나 D도 A만큼 나와 마음이 통하진 않았고

일단 D는 다른 반이 었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같이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2학년이 시작한지 1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겉돌고 있었다.

왕따까지는 아니었지만 반 아이들 사이에서 나는 이방인 요즘말로 찐따 취급이었다. 

반면 A는 우리 반에서 인기가 많고 주류라고 불리는 애들과 어울렸다.

우리 학교는 인문계여서 아침부터 밤10시 까지 학교에서 있어야 했는데 그 시간들이 너무 지옥이었다. 

자퇴를 생각한 것도 수백번.. 시간은 왜 이렇게 안가는지 싶었다. 

쉬는시간에는 내가 혼자 왕따 처럼 보일까봐 그냥 책상에 엎드려 있거나 

교실에서 나와 어디론가 정처없이 떠돌곤 했다. 


1년을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지만 졸업식 날 이 왔다.

성인이 된 기쁨보다도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해방감, 안도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졸업식이 끝나고 서로 사진을 찍고 뒷풀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 반 아이들을 뒤로하고

나는 부리나케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나의 제대로 된 추억 하나 없는 10대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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