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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를 마주하기
Level 2   조회수 140
2021-02-14 18:06:47


어릴 때부터 산만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 나는 산만하다는 어른들의 평가와 다르게 책을 좋아는 아이였다. 그 때문인지 부모님은 내가 adhd란 의심을 해본 적 없다고 하셨다. 그저 부모님께 나는 공부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학업적으로 부진한 딸이였다.(사실 그렇게 공부를 못한 것도 아니고 학급에서 중상위에서 상위권 수준이었지만)

 

이후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자 나는 내 나름대로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공부도 해보고 점심시간마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도 하는 등 소위 범생이처럼 살았지만 나와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과 다르게 성적은 중위권을 전전하다 결국 하위권까지 떨어졌었다.

이때 당시의 친구들은 나를 참 안타깝다고 입을 모아 말했었다.

 

사실 당사자인 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무리 수업시간에 집중해도 수업 시작 10분 뒤엔 칠판이 아닌 다른 생각을 하기 일쑤였고 아무리 수업에 정신을 집중하려 해도 멈출 수 없었다.

 

이런 내가 유일하게 집중하는 과목은 미술 시간이였다. (그림 그리는 것에 너무 빠져서 1시간 안에 만들어야 하는 작품을 너무 세세하게 하다보니 항상 미완성이긴 했지만) 이 시간만큼은 주위 환경이나 딴 생각 없이 작품과 내가 하나가 되곤 했다. 하지만 예체능은 돈을 못번다는 부모님의 반대에 미대진학은 못했고 나 자신도 미대 쪽은 관심이 없었다

 

이후로 대학에 와서도 과제 제출일을 못 맞춰서 엉망진창인 과제를 내고 매번 강의에 지각하고 시험 기간에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동기들보다 항상 시험성적이 낮던 나는 자기혐오와 우울감에 빠져 학교생활을 하다가 시험준비를 이유로 자퇴를 했다.

 

하지만 또 역시나 항상 학원에 제일 먼저 가서 공부하고 남들보다 오래 앉아서 공부하던 나는

나보다 못하는 사람들이 몇 개월 후 내 선두에서 달리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 내 멘탈은 산산조각이 났었다. 자퇴까지 하면서 내 모든 걸 바쳐 공부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라니.

이후엔 돈도 없고 바로 또 시험을 준비하기엔 멘탈도 다 갈려진 상태라 우선 알바를 시작했다.

하지만 알바에서도 나는 일에 순서를 모른다 상사한테 혼나고 자재를 옮기는데 자꾸 떨어트리길 반복 주문이 여러개가 들어오면 몇초 전에 확인한 주문을 까먹어 주문을 누락시키길 반복해 결국 얼마 못해 알바를 관두게 되었다.

 

정말 울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까지 갔었을 때 우연히 성인 adhd에 관한 칼럼을 보게 되었고 칼럼을 계기로 여러 자료를 찾다가 내 증상들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 인생을 꼬이게 했던 나의 문제 행동들이) 성인 adhd의 증상과 비슷하단 것을 깨닫고 얼마 전 정신과에 방문해 cat검사와 상담을 받았다. 결과는 심한 정도의 성인 adhd 진단을 받았고(집중력이 8~10살 아이들과 비슷하다고 하셨다) 지금은 약을 복용하며 내 적정 복용량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좀 더 일찍 병원에 찾아왔으면 좋았을테지만 지금이라도 병원을 방문한게 너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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