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우울증이 많이 좋아졌다고 이제 ADHD 치료 시작해도 되겠는데요? 하시며 아침약에 콘서타OROS서방정18mg을 추가해주셨다. 나는 내가 ADHD인지 모르고 살던 때도 내 나름대로의 생각으로는 잘 살았으니까, ADHD를 진단받음으로써 이게 내 성실성이나 세심함 같은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구조적 문제란 것을 인지한 것만으로도 자학하지 않게 되어서 너무 좋았고, ADHD보다는 우울증이 시급하고 삶의 질을 극도로 저하시켰으므로 아무리 우울증이 좋아졌다고 해도 선생님께서 혹여나 우울증약을 끊으실까봐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우울증이 많이 호전된 것이지 완치된 것이 아니므로 계속 우울증 치료도 지속한다고 하셨다. 아직 나으려면 멀었다고..
여전히 넘어지고 부딪히고 잃어버리고 지각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편이다. 마치 낙천적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내 우울의 원인은 ADHD가 아니었다. 아니 맞았다. 다만 나의 ADHD가 아니었을 뿐. 나의 ADHD가 아닌 내게 ADHD를 물려준 것으로 추정되는, 아빠의 ADHD가 날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데 참으로 큰 역할을 했다.
의사샘이 갑자기 불안하면 캅셀은 빼놓고 먹으라고 하셨는데 약국에서 받아온 약봉지에 캡슐약이 없어서 약사님도 나도 당황했다. 뭐 기존에 먹던 우울증약 얘기는 아닐테니 추가된 콘서타 얘기일 것이라고 추측 가능하다.
먹고 나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지 별다른 효과를 못볼지 매우 궁금하다.
내일 아침이 기다려진다.
오늘은 진짜 일찍 자서 내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약 먹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