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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솜사탕으로 살아가기.
Level 1   조회수 135
2021-04-01 04:29:28

(일기주의)


예전에 동생이 내 이름으로 우리학교 기숙사에서 여름방학을 보냈던 적이 있다.

나의 친구들을 만나고, 내 활동반경에서 살았었다.

그때 동생 인생에서 너무 다이나믹한 일들을 많이 경험해서, '솜사탕(내이름)으로 살아가는 거 너무 힘들어 ㅎㅎ' 라고 한적이 있었다.

동생은 나랑 유럽 배낭 여행할때도, 나의 충동성덕에 겪지 않아도 될 수두룩한 일들을 겪었고 (예를 들어 모르는 남자 집에 들어가서 차마시기 등..), 

나의 과몰입덕에 독일에 있는 모든 크리스마스마켓을 다 다녔다는.. 



ADHD 라는 걸 알게된 지 2주.

2주간 내가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엄마한테 수도없이 혼나고, 같은일로 혼나고 또 혼났던 것들이 떠올랐다. 

학교 숙제가 어떻든간에 나는 지금 책을 읽어야겠고, 그래서 그렇게 혼나고도 또 몰래 책을 읽었다. 

그렇게 숨어서 책읽기의 최후는.. 엄마가 괴력을 발휘해서 책을 갈기갈기 찢는걸로 끝났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게 끝은 아니었을거야.. ㅎㅎ)


어린시절 일이 기억나는건 많이 없는데, 엄마가 이성을 잃고 나를 혼냈던 기억들은 생생하다. 그만큼 나도 충격이었던거지.

성인이 되어서는 사실 '엄마가 과했다, 아동폭력이었다' 생각하며 몇년을 보냈고,

내가 아이를 낳고서는 '엄마가 많이 힘들었겠다' 싶었다.

근데 ADHD 라는걸 알고나서 바로 엄마한테 '아이고 키우느랴 고생 많았어ㅠ' 문자를 보냈다.





검사결과 난 충동억제부분이 특히 어려운 케이스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기억력도 안좋다. 그간 기억력나쁜걸 대학때 술을 너무 처마셔서 그랬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제 강남 한복판에서 벤츠를 들이받는 사고를 치면서 다시한번 내가 충동억제가 어렵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사고를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정체구간에서 서행하는 중에 브레이크에서 발을 살짝 뗀 상태로 가방에 있는 주스를 꺼내 마시다가 전방주시를 잠깐 소홀히 했고, 그러다가 쿵.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실수이긴 한데, 사실 올것이 온거다.

운전이 익숙해지면서 부터는 가만히 운전하는게 지루할때가 많고, 지루하던 아니던 이것저것 하고싶은게 많아서 딴짓을 할때가 많다.

뭐 노란불에 지나갈 때도 많고..

그러면서 사실 어이쿠 깜짝이야. 큰일날뻔 했네. 싶은 순간이 많긴 했다.

그게 반복되다보니 실제로 큰일이 났던거지.


사실 정말 콩. 하고 받은 것 같다. 앞차 범퍼에 스크래치 하나 안났고..

근데, 앞차는 이번달에 새로뽑은 차라고 한다. 

내가 느끼기엔 진짜 살살 박은 것 같은데, 앞차 차주는 몸이 이상하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나의 충동적인 성향이 누군가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다는 걸 인식하니, 기분이 너무 무섭고 속상하다.

기승전'내가 ADHD여서 그런가' 사고회로가 돌아간다.


생각해보면 어제 운전할때는 약간 흥분상태이긴 했다. 

평소에 늘 살짝 붕 떠있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2주전부터 콘서타 약을 먹고는 그 붕 떠있는 기분이 좀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근데 어제 오늘 커리어에 대해 생각할일이 많아지고, 새로운 도전들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니, 불안 초조 기대 온갖 감정이 섞여 또다시 붕 뜬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붕 뜰때면 애써 심호흡등으로 가라앉히기도 하는데, 오늘은 그럴 생각조차 안 들었다.

내 붕뜬 기분을 더 업 시켜줄 엄마와 통화를 하다보니 통화를 마칠 무렵엔 약간의 떨림도 오고 흥분이 쉽사리 가라앉지않았던 것 같다.


뭐. 여튼 그랬다.

보험처리하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에이앱 실수게시판에 첫 글을 썼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대로 글 써본 적도 없는데,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모인, 몇번 들어가보지도 않은 에이앱에 그냥 글을 쓰고 싶었다.


ADHD라는 것을 알게되니, 사실 좀 희망이 생긴다.

내가 그냥 이렇게 생겨먹은대로 살아야하나 싶었는데, 앞선 ADHD 선배들 덕에 약도 먹고, 행동요법도 시도해볼 수 있게 되었다.

어제 오늘 더욱이 이걸 꼭 좀 잘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매일 아침을 시작하기 전에, 하루에 할일에 대해서 계획하는 일을 해볼까 한다. 

계획이 이루어지던 아니던 그건 두번째 문제고,

충동적이지 않은 마음상태에서,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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