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효율이 좋지 못하더라도 공부는 열심히 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 시도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는 점이 나에게 유일하게 남은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는 허상이자 신기루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래도 나는 @력이 충만하다 보니까 산만하고 무기력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약을 먹고 좋은 생활 루틴을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엄정한 평가를 받아보니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그 개선되었다는 생각도 자기 합리화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최근의 모습을 제 3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무나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나의 자취방,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나의 공부 자료들, 읽겠다는 의욕이 앞서 사두기만 해두었던 책들... 하루가 뒤바뀌어 버린 나의 하루 루틴, 시험 앞에서 불안해 속수무책 상태에 놓여 있는 나의 심리...
인생의 갈림길이 나뉠 수도 있는 이 중요한 학부 시기에 스스로 나를 파괴해가며 내가 얼마나 추락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쾌락과 무능의 길로 몰아넣고 있는 것만 같다. 자기는 발전해 나가고 있다며 굳게 믿은 상태로 말이다.
결국 정기적으로 맞닥뜨리는 중간고사라는 장애물 앞에서 보기 좋게 고꾸라졌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난 여기서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생각하는 것을 게을리 하는 것일까? 그저 조건반사처럼 '내가 공부를 안했고, 현재 실력이 부족하고... 내가 너무 게을렀던 것이고... 기말이 남아있고...'
이런 옹졸한 변명거리부터 먼저 떠올리고 있는 스스로가 너무나 싫다.
이렇게 혐오스럽게 변해왔음을 자각하면서도
이런 스스로를 받아들어야 한다는 냉혹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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