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았다. 온 얼굴이 뒤집혀있다. 몸도 마음도 피부도 모두 망가져있다.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한다. 지난 5년간 조금씩 조금씩 너프되고 있었던 것 같지만 확 무너지기 시작한 건 7-8개월 전 쯤부터이지 않을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 바로 티가 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결막이 부었다. 피부가 뒤집혔다. 두피트러블이 올라왔다. 다래끼처럼 눈두덩이가 부었다. 구내염이 생겼다. 배뇨장애가 생겼다. 수면장애는 조금 더 심해졌다. 소화장애가 생겼다. 어느 병원을 가나 의사는 컨디션 조절을 잘 하라고 했다.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스트레스’. 모두 한결같이 입을 모아 과로하지 말고 잠 잘 주무시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며 대수롭지 않은듯 말했다. 당신에겐 아닐지 몰라도 나의 스트레스는 대수롭지 않은게 아닌데.
처음 메틸 하나로 시작했던 처방에서 우울증 약이 추가되었고 수면제가 추가되었다. 급히 진정이 필요할 때 필요시 약을 받았다. 수면제에서 부작용이 나타나 수면 유도제로 바꿨다. 그러는사이 우울증 약은 한 알 더 추가되었다. 유도제 내성이 생겨 입면시간이 늘어났다. 우울증 약은 또 하나 더 추가되었다. 감정 스펙트럼이 줄어든다. 나를 잃어가는게 두렵다.
식욕이 바닥이라 밥 먹기 싫은데 알약들은 삼켜야만 한다. 그 동안 감정도 많이 삼켰던 것 같다. 감정에도 환기가 필요하다는데 그걸 못해서 내 안엔 곰팡이가 잔뜩 꼈다. 여기도 저기도, 온통 얼룩 투성이다. 화려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