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최근에 Adhd 진단을 받은 학생입니다.
저는 제가 진짜 ADHD일 줄 몰랐어요.
예전에 초등 저학년 시절엔 숙제 좀 안 하긴 했는데(엄마한테 '괜찮아 앉았다 일어나기 하면 돼!' 라고 했다네요) 그 이후로는 공부가 재밌어서 학교 생활이 순탄했어요. 열심히 공부했다는 건 아니고 수업 시간이 즐거워서 학교가길 즐거워 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는 수업만 열심히 들어도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오잖아요? (수학은 못 했어요. 공부도 따로 안 했고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굳이 할 필요를 못 느꼈던 것 같네요. 부모님도 공부 압박을 별로 안 하셨고요.
고학년이 되고 나서 학교 수업을 못 따라갔어요 특히 영어 실력이 안 돼서 영어학원을 6학년 때부터 다녔어요. 그래도 나름 성실하게 다녔던 것 같아요. 나름 재미도 있었고요.
중학교 때도 벼락치기기법+ 수업시간 집중한 걸로 배운 지식으로 어느 정도 상위권을 유지했던 것 같아요. 수학학원도 다니기 시작했는데 (53점받고 충격먹은 게 아직도 생생해요) 수학은 재미없으니까 .... 학원 숙제도 안 해가고 공부도 안 했고.. 실제로 시험 때 실수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수학이 더 싫어졌네요..
그래도 국어나 영어는 좋아했어요. 어릴 때 독서를 좋아했거든요. 역사도 좋아했고요.. 그래서 수학만 좀 안 됐지 다른 과목들은 다 재밌어했었고 중학교도 순탄하게 졸업했어요.
고등학교가 문제였어요. 전 고등학교가 너무 힘들었어요. 어느 전문가가 그러는데 보통 고등학교가서 많이 힘들어 한다더라고요 adhd가요. 이게 난이도가 갑자기 상승하고 공부해야 할 시간도 급격히 늘어나니까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대요. 그 말 듣고 무릎을 탁 쳤죠. '아 !'
중학교 때 벼락치기 기법이 안 먹히더라고요(당연하죠) 그래서 제 성적은 학년을 올라갈 수록 내려갔어요..
영어는 그래도 너무 좋아하고 제 관심사라 열심히 했어요 영어성적은 항상 잘 나왔지만 다른 과목들은 흥미가 없으면 열심히 안 했고 좋아했던 국어도 그냥 벼락치기하다보니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학년을 거듭할 수록 스스로가 미워졌던 것 같아요. 왜 남들은 몇 시간씩 집중하고 싫어도 수학공부하는데 난 왜 안 되는 걸까? 저는 제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입시 비법은 진득하게 앉아서 공부 열심히 하는 거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게 안 됐고 고3이 되니까 그냥 사람이 미치더라고요 성적은 더 떨어졌는데 난 이과고... 수학과 과학(화학물리)가 너무 싫고. 이과인데 문과과목은 성적이 괜찮고 수능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이젠 영어공부도 하기 싫더라고요
압박감에 회피가 강해진거죠. 게다가 코로나가 같이 오면서 학교도 안 가니 더 재밌게 놀았어요 집에서 유튜버 게임영상 보고..
사실 고3때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는데 오히려 밖에서는 밝게 다녔거든요? 그래서 가까운 친구말고는 제가 망가져 있는 걸 몰랐어요. 어느 날은 제가 너무 슬픈나머지 엉엉 울면서 친구한테 전화했고 한달음에 나와준 친구와 함께 피크닉을 했어요. 아직도 그 때 생각하면 친구한테 너무 고마워요.
그렇게 수능을 회피하다가 수능을 쳤고 가고 싶었던 대학 교과 최저를 못 맞췄어요 영어가 2등급 떠서... 믿었는데 널...
수학은 이미 버려서 7등급 나왔고요..ㅋㅋㅋㅋㄱ 그래도 학교생활은 열심히 해놨어서 학종으로 인서울했네요...운도 좋았고요.
그런데 대학합격했는데도 제 상태가 안 좋았어요. 여전히 무기력했죠. 어느 날 친구랑 이야기를 하는데 제 부모님 양육방식이 특이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가스라이팅 들어보셨나요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다그치시는 식으로 양육하셨고 자기 기대치에 못 미치면 너는 항상 그래. 넌 게을러 이런식으로부정적인 말씀을 하셨어요 또 화가 풀리거나 상태가 좋으실 땐 더할나위없이 친절하셨죠. 불안 애착형 자식을 만드신 거죠...
그래도 자취시작하면 부모님에게서 벗어나니까 괜찮아질 줄 알았죠. 새로운 환경이라 재밌긴 했지만 ... 비대면 대학생활은 adhd에게 최악이죠. 녹강 밀리고 깜박해서 결국 결석처리되고... 대면으로 풀리면서 좀 나아지나 했지만.. 제 상태가 안 좋았어요. 기숙사에서 2달만에 뛰쳐나와 근처 하숙집에 들어갔어요. 거기 주거환경이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그래서 서울에 많이 있지 않고 본가로 많이 가 있었어요.
주거가 문제인 줄 알았죠. 방학 때 본가에서 요양?하는데도 우울감이 가시지 않는 절 발견했어요. 병원 갔더니 우울증 중증이라더라고요 ㅋㅋ
그래서 병원 다니면서 약 먹고 또 학교 상담센터도 신청해서 다녔어요. 그리고 어머니와의 관계도 개선해 나가려 애썼고요 (어머니가 화내거나 잔소리하면 스스로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극단적인 상상을 많이 했어요.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다른 고통으로 상상을 통해 극복하려 했던 것 같네요.)
상담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고 의사선생님도 이야기 많이 들어주시고 도움 많이 주셨어요. 부모님도 첨엔 우울증이라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셨는데 제가 약을 깜박하거나 못 먹으면 더 무너지는 걸 보시고는 나중엔 옆에서 지지해 주셨어요. 그래도 돌이켜보면 많이 힘들었네요. 본가에서 올라가자마자 너무 힘들어서 바로 서울에서 내려온 적이 많았어요..
그래도 열심히 의지를 가지고 치료하려고 했고! 작년에 단약했어요! 렉사프로는 이제 바이바이 했답니다. 그리고 그 때즈음 제가 adhd 아닐까하고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회피성향이 강하고 잘 늦고... 늦을까봐 오히려 30분 일찍 도착한다던가. .. 잘 깜박하는 거? 이런 모습들이 겹친다고 생각했어요. 이전엔 그냥 게으른 완벽주의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거든요.그렇게 정의했죠..
서울 자취하면서 병원을 옮겼는데(거기서 단약했어요) 혹시 저 adhd아닐까요? 여쭤봤습니다. 어릴 때 일이 많았나요?( 사고친 적 있냐고 물어보셨던 것 같기도) 라고 하셔서 그냥 아니라고했거든요
(adhd한창 의심할 때라 어머니께 미리 물어봤었고 어머닌 니가 뭔 adhd냐. 아니다. 라고 얘기하셨거든요..)
당연히 의사쌤은 adhd가 아니다.라고 하셨어요. 성인adhd는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그럼 내 문제고 내가 의지박약이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잘 안 됐지만. 캘린더랑 여러 수단을 활용하려 했죠.
그리고 올해 3~4월
adhd 의심을 다시 하기 시작했어요.
스스로 번아웃이나 망가진 삶 그리고 미운 나에게 지쳐있었어요. 우울증은 아니었지만 그냥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제가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학습법코칭도 받았는데도 힘들더라고요.(제가 가장 열심히 수행하려고 한다고 말씀하셨는데도 불구하고요. )
그래서 닥치는 대로 adhd정보를 찾아봤어요. 그래서 저 스스로 생각했던 adhd스러운 문제는 다음과 같아요.
1. 어릴 때 외과 vip라는 별명이 있었다. (활발하긴했지만.) 자주 부딪히고 다쳐서 외과 선생님이 제 이름을 외우고 계셨어요. 그 외에도 그냥 집 돌아다니다가 부딪히고 찧힌 일이 많았네요.
2.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찾으려고 하면 기억이 없다. 벌써 같은 카드를 3번이나 잃어버렸어요. 올해 그냥 카드를 잃어버린 게 2번 됩니다. 짐 정리하다가 잃어버린 안경닦이도 오늘 찾았네요;;
3. 정리정돈이 안 된다. 사실 정리정돈 빡세게 하면 나중에 어디뒀는지 몰라서 힘들기도 했어요.(이건 메모지나 라벨로 해결 가능) 정리정돈이 칼같게 잘 안 됩니다...
4.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다. 아침에 눈 뜨고 정신 차리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5. 회피성향이 강하다. 압박감이 들거나 지루한 일은 무조건 미루고 시작해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건 더 하기 싫어져요.
6. 사오정이다. 청력에 문제가 없는데도 남의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 '너가 먹었어?'를 '너 감었어?' 같은 느낌으로 알아듣습니다. 이게 예전에는 뭐라고 했어? 라고 되묻다가 상대방이 귀찮아 하는 걸 보고는... 한 두번 물은 담에도 모르겠으면 알아들은 척 하거나 아니면 최대한 앞뒤맥락으로 유추합니다...(이래서 제 대화 유추능력이 발달했는듯요..)
7. 덤벙거린다. 넘어지고 자주 부딪히고 하는 거 외에도 뭘 떨어뜨리거나 자주 흘리거나 그런 부주의한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8. 노래 한 게 꽂히면 질릴 때까지 계속 반복재생. 하루종일 그 노래만 듣고 1년 내내 그 노래를 들어서 가족들이 실증을 냅니다.
9. 정신없는 노래를 많이 좋아했다. 비트가 빠른 곡들을 좋아했어요. 느린 것도 좋아했는데 이건 우울증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안 듣게 되었습니다.
10. 감정기복이 심하다. 어머니가 걱정으로 자주 말씀하시기도 한 증상인데(어머니는 adhd증상이라고 생각 안 하셨음) 제가 신날 땐 엄청 업되고 다운될 땐 또 엄청 다운됩니다... 이는 호르몬의 영향도 좀 있는듯요..
11. 약속을 까먹는다. 날짜개념이 없습니다. 시험지에 날짜 적는 게 너무 힘들어요... 매일 두리번하면서 적거나 시험 시작 전에 워치로 체크합니다. 시간 개념도 없네요. . 그냥 시계보면 몇 시간 지나가있더라고요. 날짜도요. 그러다보니 약속을 자주 까먹고 일정관리가 안 됐습니다.(지금은 캘린더 사용으로 어느 정도 극복함. 지각이 문제)
-----------------------------
6월 10일.
adhd 증상이라고 생각하는 걸 더 추가해보려고 해요. 개인마다 차이가 잇을 수 있으니 참고 해 주세요. --------------------------------
12. 감정 영향을 쉽게 받는다. 흔히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하잖아요 그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되게 감각이 예민해서 자극에 민감한 것 같아요. 미디어 매체를 보고 매우 우울해지거나 매우 즐거워지거나 등등.. 엄청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억지로 울리는 영화는 싫어해요.
13. 감각이 예민하다. 예전부터 목에 까끌까끌한 게 닿으면 유독 엄청 싫어햇어요 상처가 나는 건 아닌데도 택이 비부를 쓰는 순간 엄청 짜증부리며 떼달라고 엄마한테 얘기했던 게 생각나네요..(엄마미안화내서) 그리고 공부할 때도 귀가 매우 예민해요. 누가 떠들거나 거슬리게 하면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쏠립니다. 코도 예민합니다. 싼 향수 냄새에 두통이 오고, 구역질까지 납니다. 제발 약하게 뿌려주면 좋겠어요 혀도 예민합니다 ㅋㅋㅋㅋ 편식이 심해요 그래서... 식감이 이상한 거는 매우 정말. 극혐합니다. 그래서 호박이랑 가지를 싫어 해요... (단호박튀김은 좋아함. 라타뚜이는 먹어볼 의향 있음)
또 생각나면 더 쓰러 오겠습ㄴ다. ------------------------------------ 이정도가 되겠네요. 이것도 사실 며칠 전에 엄청 열심히 쓰고 있던 건데... 다시 더 이어쓰려니 지루해서 이만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어쨌든 결론은 스스로 adhd라고 생각한 적 없고 스스로가 문제고 의지박약이라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 내 잘못은 없고. 오히려 나는 좌절해도 다시 일어서는 의지강한 오뚝이다! 라는 걸요...
이제는 좀 더 스스로를 아끼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내려놓으려고 하는 중이에요.
adhd분들이 모두 스스로를 보듬어주고 아껴주고..또 잘 살아나갈 수 잇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