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안녕하세요. 저는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지 2년 정도 되었고 페로스핀 -> 메디키넷을 지나 콘서타로 정착을 한 30대 남성입니다.
(메디키넷을 먹고도 의욕이 나지 않아 주치의 쌤이 '콘서타로 바꿔볼까' 라고 지나가듯 한 말을 잡아채고 그러겠다고 했는데 콘느님은 저를 일으켰습니다..)
앞으로 에이앱에 인지행동치료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합니다.
여러모로 잘 부탁드립니다.
#1 원래 저는 우울과 불안으로 8년 정도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었는데 우울과 불안이란 키워드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들이 (주의력이라든지... ) ADHD라는 키워드로 접근했을 때 맞아 떨어지면서 천지가 개벽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지음 작가님의 <젊은 ADHD의 슬픔> 덕에 늦게나마 ADHD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2 인지행동치료(이하 CBT)를 받기 시작한 건 제가 개발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이 미친 갓생러들 사이에서 꼽사리라도 끼려면 공부 습관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약물 치료만으로는 부족함이 있었고 주치의 쌤도 성인 쪽 전문의시기 때문에 CBT는 따로 받아야 할 거 같다고 얘기를 하고 강남의 한 소아정신과로 초진을 잡았습니다.
#3 단지 공부 습관을 잡고 갓생을 살려는 마음으로 접근한 CBT는 제 생활 패턴이 무법지대에 가깝다는 걸 실감하게 해줬습니다.
지갑 같은 물건을 자주 두고 다니는 데다가 손톱깎이 같은 물건을 자주 잃어버려 몇 개를 사야 한다는 걸 깨닫고 '이건 좀 아닌 듯'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대체 뭐부터 문제인지 CBT를 받아도 제 일상이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혹시 진료에 필요한 부분이나 저에 대해 알아야 할 부분들이 있냐 물었더니 중요한 정보들이 모두 빠져 있어서 하루 일과를 모니터링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4 일기를 쓰고 하루 일과를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제 일상에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CBT 과정에서 저는 왜 그렇게 행동을 했는지 그 행동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조율하며 제 일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일기에 적은 문장의 일부를 공유하며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글은 인지행동치료를 위해 내돈내산한 아이템에 대해 쓸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내가 나의 양육자이자 돌봄 대상자라는 걸 수긍하기 시작했다. 내가 나의 팀장이자 팀원이란 것도, 1인가구로 사는 건 일종의 개인사업이란 것도,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새로운 직장에 출근했다는 걸 받아들일 때가 온 것이다.
약물 치료가 일어나지 않는 내 전두엽을 깨워 일을 시키는 행위라면 인지행동치료는 무법지대와 같은 내 일상에 규칙과 사용설명서를 만드는 행위가 아닐까? 사용설명서도 제대로 안 읽고 조립이나 게임을 하는 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나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내고 싶다.
그게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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