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공들의 응원과 격려, 걱정이 있었음에도
저는 이번 학기에 폭삭 주저 앉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그저 어렵고 까다다로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제 능력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과제와 시험 앞에서 계속 미루기만을 일삼다가
결국 학사경고를 받을 일만 남게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있거든 큰 충격으로 다가와
양심의 가책을 크게 느껴야 할텐데 별 반응이 없습니다. 공부를 제 인생에 있어서 완전히 포기해버린 것일까요?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기존에 저를 수없이 괴롭혔던 과거 일에서 비롯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이 '무념무상'에 가까워진 제 멘탈 앞에서 아무런 힘을 못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기분은 나쁘지만 아무래도 좋아.'라는 생각으로 무미건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부침(浮沈)없는 시간도 곧 있으면 경제적 어려움과 맞닥뜨려 사라질텐데 말이죠. 어떠한 조취를 취하고 있지 않은, 뜻이 없는 제 자신이 한편으론 무섭기도 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음에도 돈이 부족하여 소액결제를 했었는데 얼마 전에 들통이 났습니다. 왜 그러고 사냐고 욕을 먹었을 때 그 자리에선 잠깐 화가 났지만 세상물정 모르고 아둔하게 사는 제 자신이 너무나도 혐오스럽더군요.
정신적으로 파산한 제 자신이 바닥으로 떨어진 기분을 오랫동안 느꼈습니다. 그 바닥의 경계는 유동적이고 희미해서 언제 또 침전할 지 모르겠더군요. 늘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허우적대기만 하고 있는데 우연찮게 좋은 기회가 하나 왔습니다. 학부연구생 자리가 이번에 새로 마련된다는 소식입니다. 조금은 의무감(공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 지원을 했다가 미천한 저를 교수님께서 받아주셨습니다.
톡방에 이 소식을 공유하니 많은 분들께서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지만, 간절한 마음이 아니었던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
반신반의하며 이 과정을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너무나 나약하고 게으른 제 자신이 뭔가 변하기 위해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좋게 평가할 수 있겠지만 뭔가 저를 성찰했을 때 느낌으로 아는 바가 있습니다.
'과연 중간이라도 제대로 갈 수 있을까?' '지쳐버린 것은 아닐까?' '중독에 가까운 내 습관을 고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입니다.
위 기회를 새로운 동력원으로 잘 삼을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