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인 ADHD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지 약 8개월, 실비보험 든지 반년이 지났다.
그리고 지난주, 처음으로 콘서타를 처방받아서 복용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드라마틱하지 않으면서도 드라마틱하다. 풀어서 말하면, 내가 그동안은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이제는 할 수 있다.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더 적은 노력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느낀다.
나의 수많은 특성들이 있지만, 내 ADHD라는 특성은, 정말 내 인생을 하드모드로 만들었다.
내가 주로 느끼는 나의 ADHD 증상과 사례는 아래와 같다.
1. 청각집중력이 매우 낮다. 실례로 초중고대학에 이르기까지 수업을 통째로 집중해서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정말 흥미있는 내용일 경우에만 집중이 가능하며, 오늘 이 수업은 중요하니까 반드시 들어야지!라는 결심이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또 예외는 교수님 말씀을 다 받아적겠다!라고 결심하고 노트북 필기하는 경우에는 그래도 수업에 집중을 어느정도는 할 수 있던 것 같다. 수업 이외에도, 낮은 청각집중력의 문제는 상당히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먼저 대인관계에 있어 큰 문제점이 생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다보니, 대화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 일상대화에서도 상대방의 말을 빼먹고 듣기 일쑤이며, 진지한 대화 도중에도 흐름을 놓치는 일이 매우 다수이다. 다수의 대화에 있어서는 흐름을 놓치고 혼자 딴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고, 갑분싸를 많이 만들었다. 군대에서도 상사의 지시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이런 많은 부정적인 영향은 내 10대에서 20대에 이르기까지 20년을 열등감에 찌들게 만들었고, 좋은 관계를 만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항상 나는 남들보다 부족하고 뭔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며, 그것이 무엇인지 왜 다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적다보니까 또 억울하다.
2.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다. 실례로 대학교 때 과제를 안 낸 경우가 꽤 있으며, 나중에 학년이 올라서는 내가 어차피 미리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제출 전날부터 밤새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 항상 과제했다. 미리 하려고 시도한 경우도 있으나, 항상 실패했었다. 일상생활에서 집안일이나 해야할 여러 일들을 잘 하지 않는다. 설겆이는 수 일이 밀리기 일쑤이고, 방은 항상 지저분하다. 청소는 내게 큰 맘을 먹어야 하는 일이다. 그 외에도 잡다하게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음료수를 먹다가 음료수를 바닥에 쏟더라도, 귀찮으니 닦지 않는다. 그냥 아 몰라 이다. 억지로 참아야 하는 경우에는 화를 참지 못하고 매우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예를 들면, 은행업무를 보기 위해 액티브 X를 깔고 여러 공인인증서 업무를 해야 할 때, 다음단계로 잘 넘어가지 않는 경우를 많이 겪어 보았을 것이다. 그런 류의 해야 하는데 맘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분노를 조절할 수가 없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있으면 왜 안되는 거지라고 생각을 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냥 하던대로 계속하면서 분노를 참지 못한다. 롤할 때도, 상대방과 나의 킬각, 스킬 쿨타임 등 여러가지를 계산해야 하지만, 그냥 죽으면 화가 나서 다시 들이받는다. 왜그런지 모르겠는데, 화를 참을 수가 없고 문제해결에 대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3. 항상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몸을 배배꼬며, 커피숍에서는 항상 휴지를 뜯고, 언제나 다리를 떨고 있다. 거의 계속 오줌이 마렵고, 강박증같은 느낌까지 든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내면이 항상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다.
약을 먹었더니, 먹은 첫날에 밤 10시에 피곤하게 집에 와서 설겆이를 했다. 그 다음 날에는 해야 하는 연습을 5시간이나 했다. 물론 생각의 흐름은 비슷하지만, 그걸 바꿀 수 있다고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