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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것들의 숨겨진 난이도
Level 2   조회수 141
2021-07-28 05:22:27

아직 새파랗게 젊은 30대지만 슬슬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랑 일하는 빈도가 많아지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당장 20대였던 나와 상당히 다르다는것을 느낀다.


20대의 나의 덕목은 무언가를 출중하게 잘하는 것이었다. 


갓 들어온 대학원생이었고 학부 공부를 좋아했고 실험을 잘하고 영어논문을 잘 읽고 좋은 논문을 내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나도 빨리 그렇게 되고 싶어했고 무언가를 항상 서둘렀고 그때는 운이 좋아 좋은 결과가 단시간에 나왔다.


주변에 많은 대학원생을 보았는데 대부분은 나보다 느렸다.


우월감을 느꼈고 기분이 좋았고 남들이 바보처럼 보였다.


나보다 열심히 하지 못해서 그리고 나만큼 진지하지 않아서 그런거라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쨌든 졸업할때는 비슷하게 졸업했다. 


도찐개찐인것이다. 


나는 아직 학교에 머물면서 미래가 불투명 하지만 먼저 취직한 사람들은 아파트 사서 집값올라가는 재미에 신이 났다. 


나는 남들 다쓰는 논문 몇개에 우쭐해서 자만하고 자아도취에 빠진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게 계속될줄알았다.


더 좋은 학교로 오고 더이상 나는 아웃스탠딩한 학생이 아니게 되었다.


더 높은 기준을 요구받았지만 무언가 잘 되지 않았다. 


의지와 욕구는 넘치는데 몸이 안따라주는것이다


ADHD때문이었다. 


그리고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먹고 1년이 넘게 지났다.


이제 슬슬 사소한 것들을 챙기기 시작한다.


매일 아침마다 해야하는 과업, 글쓰기 실수 교정, 미팅준비 등 1년전보다 확연히 낫긴 한것같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나는 크게 바뀌었을까?


절대 아니다.


그냥 매일 했어야 하는것들에 조금 더 힘을 쏟았을 뿐이다.


그냥 데이터를 한번 더 점검하고 10분 먼저 미팅 준비하고 하루가 걸려도 한번 더 교정하고 


옛날의 나였으면 대충해도 됐다고 넘길것들을 하나씩 챙기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여전히 출중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안정된 느낌을 받았다.


매일같이 실험실에 나와서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삽질한다 생각했던 친구들도


이제보니 매일 같은시간 출근 퇴근하고 그 시간만큼은 제대로 쓰는 친구들이었다.


나는 밤을 새도 매일 노는 멍청이었고.


그친구들은 느려보여도 결국 좋은 논문 쓰고 좋은곳에 간다.


나는 아직 머무르고.. 그리고 바보는 나였다는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당연해 보이는 사소한것들, 제시간에 집중하고 실수를 다시 체크해서 교정하고, 준비를 좀더 꼼꼼하게 하는것들은


쉬워보이지만 어렵다. 


똑똑해보이는것은 은근히 쉽다. 


쉬운일을 못한다면 큰일도 할수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엔 바닥부터 다 차근차근 쌓아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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