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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개미 눈물만큼은 나아지고 있습니다!
Level 2   조회수 146
2024-09-02 22:32:25

 


오래 전에 이런 곳이 있다는것을 알게 되고 나서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회원가입을 하고 푸념을 써내려간적이 있습니다


[30년 인생의 끝으로 ADHD 삶 시작하였습니다 (a-app.co.kr)
 

과연 이 글을 끝으로 글쓴이는 행복해졌을까요?

정답은 Yes or No 입니다


21년 6월 30일에 처음 ADHD를 진단받고

나아질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너무 큰 기대였던걸까요


다니던 회사에서 충동적으로 제 병명을 밝힌 순간

저는 그냥 지능딸린 민폐월급좀도둑이 되었고 

제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한번 세겨진 낙인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ADHD 진단을 받은 후에 첫 퇴사

그리고 새 직장에서는 병명을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일? 저도 모르게 심적으로 부담을 느꼇던건지


갑자기 턱과 혀에 힘이 들어가면서 발음이 새는겁니다 줄줄줄...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국사람처럼 어눌한 발음을 하는 저 자신을 보며

그렇게 또 한번 좌절을 겪었습니다 (*지금도 일할때 발음이 종종 어눌합니다 ㅠㅠ)


입사하고, 상처입고, 퇴사하고, 다시 입사하고, 상처입고, 퇴사하고를 몇차례 반복했을까요?

저는 더이상 이 길은 제 길이 아닌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말을 못한다면 몸으로 일하자!

물류센터에 첨벙 뛰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일도 있구나 신기했고, 그뒤로는 힘들었지만 하루하루 버텨내는 제 자신이 대견했으며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구나 뿌듯했지만, 이 행복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하고 그렇다보니 손이 느리고.. 실적을 또 못채우게 되버린것이죠


제가 못한 일은 고스란히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 가게되고 

아무리 좋은 인성으로 날고 긴다 하는 착한사람들도 남의 일을 계속 해주다보면 지치기 마련이겠죠

결국 또 다시 제 주변엔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또 다시 상처를 받고, 이 일도 아니구나, 이 일도 아니었구나...

상처를 받고 퇴사를 하고나니 우울감이 밀려들어왔습니다

대체 내 적성은 뭘까..내가 약을 먹고나서 나아진것이 뭐지? 


이대로 들어가는곳마다 민폐를 끼치면서 살아가도 되는걸까?

우울감은 점점 커져갔고 마치 거대한 화마처럼 저를 집어 삼켰습니다

화재가 나면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차단막이 내려가야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라는 건물에 설치된 시설은 아무래도 정상이 아닌지라 그 무엇도 작동하지 않았고

모든것이 재가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을때까지 자책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울었습니다...밥먹다가도 울고 노래듣다가도 울고..산책하다가도 울었습니다


우울에 빠지면 안돼.. 나는 우울하지 않아! 행복해질거야!

예전을 생각해봐 지금이 훨씬 나은 삶이잖아! 괜찮아! 난 괜찮아! 할때마다

숨은 턱턱 막혀오고 옛날에 제가 했던 말들.. 썻던 글들이 족쇄처럼 발을 묶었습니다


그때 저희 언니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너가 나아진게 아무것도 없어? 아니야.

너는 정말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다만 그게 너무 작은 티끌이라서 지금 당장 눈에 안보일 뿐이야! 


그뒤로 생각했죠 대체 무엇이 나아졌을까?


제가 약을 먹으면서 나아지길 바랬던것은 세가지 였습니다


1.흥청망청 돈 쓰지말기, 충동적으로 소비하지 않기

2.집 청소.정리정돈 잘하고 어지르지 않기

3.회사에서 잘리지않고 장기근속하기


하지만 야속하게도 이것은 나아지지 않았지요

다만 제가 나아진것을 나열해보겠습니다



1. 발을 끌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건 저번 게시글에서도 썻던것이지만 너무 뿌듯해서 여기도 쓸거예요! 


운동화를 신던, 슬리퍼를 신던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고하고 고치려고 노력해도

어느 순간 보면 직-지익-지이익- 끌던 발...그로 인해 신발은 늘 한달을 못버티고 밑창이 다 닳아 구멍이 났었는데

약을 먹은 순간 자연스럽게 발을 끌지 않게 되었습니다



2. 내 목소리 성량이 인지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주변에서의 저는 기차화통 삶아먹은 랩퍼였습니다

주변에서 시끄럽다고, 머리아프다고 뭐라고 하는데도, 제가 시끄러운줄 모르고

떠들어댔죠, 그곳이 집이던 도서관이던간에요 


그런데 약을 먹은 뒤로 인지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 어? 나 지금 목소리 좀 큰가? ", " 이정도면 적당한가? ", "조금 더 줄여야할까? " 

최근들어 시끄럽다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할 정도로 저는 조근조근 말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3. 사회생활 초렙? 중렙? 고렙? X 유치원렙! 아주 조금 눈치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내가 지금 이말을 하는게 맞나?, 저 사람이 이게 필요한것 같아!

옷에서 냄새가 나진 않나? 어제 귀찮아서 머리 안감았는데 오늘은 감아야겠다

어? 피곤해? 들어가 쉬어 내가 하고싶은 얘기는 다음에 기억나면 하면되지! 중요한거 아니야!


상대방을 배려하고 내 자신을 체크하는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던 저였습니다

더러운줄 모르고, 민폐인줄도 모르고 자연스럽게 숨쉬듯이 ㅆX이었던 저는 안녕!

낄끼빠빠! 완벽하진 않지만 냄새나지 않는 나!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이지만 저한텐 큰 발전! 



4. 순서를 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기력한 저에게 언니는 말했습니다

" 너 오늘은 이것만 해, 이것만 치워 " 그리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럼 뭐부터 해야하지???


뭐부터 해야할지 모르고 일의 순서를 모르다보니

설거지를 하다가 TV를 보고 TV를 보다가 핸드폰을 보고

핸드폰을 보다가 밖에 나가고 밖에 나가서 끌리는대로 행동했던 나는 안녕! 


우선 세탁기를 돌려놓고, 돌아가는 동안 설거지를 하고

밖에 산책하러 가서 쓰레기봉투를 사고 들어오는길에 병원에 들렸다가

집에 와서 분리수거를 하고 씻자! 


누가 시키거나 정리를 해주지 않아도 제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되다니

이 얼마나 놀랍고도 경이로운 일인가! 너무나도 뿌듯합니다 !!  



5. 미시오? 당기시오? 이젠 다보여~ 문을 고장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저번 게시글에서도 썻던것이지만 너무 뿌듯해서 여기도 쓸거예요! 


이 글을 읽는 당신, 한국인이십니까? 

모든 사람들이 읽지 않고 쾅쾅쾅쾅! 미시오에 당겨버렷! 당기시오에 밀어버렷!

저 또한 굉장히 심했습니다 장님 수준이였죠 게다가 힘은 왜이렇게 쎄? 


제가 한번 꿍!하고 밀면 문이 앞으로 끼이익 들어가서 왠만한 힘으로 당겨도 당겨지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약을 먹은 후로... 심청아!! 앞이..앞이 보인다!!! 

미시오에 밀고 당기시오에 당기고! 여시오에 열고 닫으시오에 닫고!


무의식적으로 미시오에 밀었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함성

오오오! **이 미시오에 밀었어!! 쿵! 안하고 밀었어!!

저는 이제 문을 망가뜨리지 않습니다 (우쭐!) 



6. 이것도 필요할것 같고 저것도 필요할것 같아! 빼놓으면 출발 못해? 아니! 이젠 가볍게 되었습니다


저는 태어나서부터 쭈욱 보따리꾼이였습니다 

작은 보자기에서부터 책가방까지 얼마 되지않는 공간에 꾸역꾸역 물건을 쑤셔넣어서 다녔죠

뭐가 필요해? 말만해! 내 가방에 다있어 ~ 


필수 용품인 휴지, 교통카드, 핸드폰, 열쇠 같은것부터 

당장 오늘 쓸까? 싶은 가위, 딱풀, 호치캐스, 테이프, 각종 색연필까지

말하기만 하시라 다 꺼내드리리다 내 이름은 x라에몽! 


하.지.만!

이젠 필요없다는거 알아... 필요하면 살 수 있는 성인이 되었어...

휴대폰, 열쇠, 지갑, 휴지 4가지면 나갈 준비 끝! 



7. 나 지금...과몰입해? 아니! 과몰입 안해!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 착한 역할에 눈물 줄줄...나쁜 역할은 이를갈면서 욕설

영화를 보고나면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하고.. 아우 거기서 그러면 어째...

만약 이랬으면 어땠을까? 나라면 그렇게 안해!


누군가 예쁜 셔츠를 입고 나타나면? 저건 어디 브랜드 것일까?

하루 24시간이 부족해 찾아내고 말겠어!! 충혈될정도로 찾고 또 찾아!

지식인에도 물어봐! 배도 안고파! 난 이 셔츠를 찾고 말겠어!


과몰입 하던 나는 이제 안녕!

약을 먹은 후부터 과몰입을 하는 특정구간이 오면

나..지금 과몰입하니...? 하고 인지가 되기 시작되버렸다


내 소중한 시간 과몰입에 빠지면 너무 아깝잖어! 

주변에도 막 말하고 다녀! 내가 혹시 과몰입 하는것 같으면 꼭 말해줘!

나 과몰입해? 알았어! 이제부터 안할게! 



치료를 하는 3년동안 7가지나 나아지다니 럭키비키잖아!? 

당장 청소를 잘하고 돈을 1억2천 모아 해외여행을 가고 

회사에서 인정받는 우수한 사원은 되지 못했지만


이 긍정적인 마음을 다시 충전 충전해서 

다시 회사에 취직했고 지금 7개월차 입니다!

물론 일을 잘하는건 아닙니다. 아직도 샌드백이예요 ㅎ.ㅎ 


너는 떄려라 나는 얻어터질란다~

가끔 터진곳에서 모래가 줄줄줄 새지만 반창고로 틀어막고!

하루살이처럼 하루 하루를 살아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어주신 ADHD 분들!

이런 사소한것도 안되었던 저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저보다 더 잘하실 수 있습니다!


고민하지말고 병원가서 진단받고! 약먹고! 상담받고!

얼른 개선해야 뒤늦은 후회가 없어요!

오랜만에 방문해서 또 주절주절 자랑만 하고 갑니다 ㅎ.ㅎ! 


더 나아져서 놀러올게요~~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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