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 케이크나 사갈까 하고 발길을 돌렸다가 지나가는길에 몽골음식점이 있어서 충동적으로 방문했다. 소고기 볶음국수와 호쇼르와 우유튀김을 주문했다. ‘나단호쇼르’와 ‘호쇼르(튀김 만두)’ 두 메뉴가 있었는데 사진을 보아하니 나단호쇼르가 구운만두인 듯 하여(그리고 나단호쇼르 뒤엔 괄호가 없었으니 튀긴게 아니면 구운거겠지 하며) 이것으로 달라 하였다. 알겠다하며 주문 받고 간 사장님은 서툰 한국어로 음식을 내어주며 튀긴 것만 있으니 이걸로 드시라고 하였다. 중앙아시아 여행유투브에서 봤던, 사람은 좋지만 약간은 내맘대로식 스타일.
옆테이블엔 할머니가 계셨는데 할머니는 메뉴판에 적힌 낯선이름들을 어려워하셨다. 한글로 ‘호쇼르(튀긴 만두)’라고 적혀있었지만, “내가 어제 여기와서 고기 들어간 만두를 먹었는데… 그 안에 고기가… 맛있던데 그거…….” 하며 길고 열심히 설명했고 한국어가 서툰 사장님과 소통이 잘 되지 않아 결국 마지막엔 “그건 칼국수에요. 그런 건 없어요.” 라는 사장님의 말로 결론이 났다.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어려운 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어머님-“ 하고 불렀다. “고기만두 찾으시는거죠?” “예 맞아요-“ “이따 사장님 오시면 말씀해드릴게요~” 하는 찰나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사장님 이 쪽 테이블에 호쇼르 하나 주세요!” 사장님은 이해했다는 웃음을 보이며 주방쪽으로 갔다.
그렇게 말문을 트게 된 우리는 잠시 얘기를 나눴다. 처음엔 나를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으로 보셨단다. 자기는 나이가 80인데 여기저기 세계음식 먹으러 다니는 걸 좋아한다, 친구들은 김치찌개나 먹지 이런걸 안 먹으려한다고 혼자 오셨다고 했다. 어제는 우즈벡식당엘 갔고 대림의 어느 중국음식점에도 단골식당이 있다며. 코로나로 여행도 못 가는데 현지인들이 하는 식당에서 맛있는음식들 먹는게 즐거움이라 하셨다.
할머니는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고 정정하셨고 자유롭게 소소한 행복을 찾아다니는 모습에 나도 나이가 들면저런 모습일 수 있을까 잠시 생각했다.
자기 사는 얘기를 들려주셨다. 검소한 차림이셨는데 대치동에 남편은 사업을 하고 아들은 사법고시 패스하고 사위는 일본에서 사업을 한다… 라는 말에 갑자기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런 얘기를 하시고서도, 이런데서 커피를 마시면 비싸잖냐며자기는 싸구려커피를 가방에 갖고 다닌다며 공진단 병같이 생긴 작은 케이스에 넣은 가루커피를 보여주셨다. 부자들은 이래서 부자인건가 싶기도 하고.
이국적인 식당에 많은 외국손님들 사이에 섞여 낯선 이와 한참 얘기를 하다보니 자주 보았던 여행유투브 영상에 내가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재밌는 저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