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나도 20대 후반에 접어들었고, 스물여덟의 한 해는 점점 저물어 가고 있다. 에이앱을 처음 찾았을 스물 넷의 무렵과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면 정말 많이 바뀌었다.
20대 중반의 나는 정말 힘든 나날들이었고 받아 들이기 참 어려웠었다. 그러던 내가 어느 새 무덤덤히 받아들이고 사회 속에 은은하게 섞여 살아가고 있다.
그 당시의 나에겐 내가 ADHD라는 사길이 그 무엇보다 괴로웠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 처럼 매일 매일이 고통과 눈물의 연속이었다.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는 게 그 때 처음 느꼈었던 감정이었다. 나만 빼고 다들 행복해보였다.
그렇게 나는 내 스스로를 포기하고 나를 더 망가뜨렸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유지를 아예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결혼을 하면 ADHD 유전자를 자식에게 물려줄 수도 있을 것이고, 연애를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면 답답하다고 무시할 거라는 생각에.
그렇게 자기합리화 속에 빠져서 나를 더 불구덩이로 밀어넣었다.
매일 밤늦게 야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고 심지어 다 먹지도 못하여 버리기 일쑤였다. 그리고 아침에는 눈이 팅팅 불도록 울었으며, 생계유지는 해야했기에 주말 알바를 나갔다.
주말 알바로 벌어들인 80만원 남짓한 돈으로 월세를 내고 식비를 대며 그렇게 2년을 살았다.
어느 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정말 보기 흉하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 내가 많이 아프다는 사실도 그 때 확실히 깨달았다.
늘어난 빚더미, 보기 흉한 몸매와 얼굴 표정, 우울한 내 모습. 내 20대 중반을 설명하는 키워드였다.
어느 순간 문득 변하고 싶었다. 그래도 한 번쯤은 달라져보려고 노력이나 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들었고, 우울감을 없애기 위해 집에서 운동도 했다.
어떻게든 아등바등 살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또 흘렀다.
28살이 된 지금, 결과적으로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은 우울감에 빠져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도 달라지기 위해 부던히도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내가 그 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변해보겠다는 마음을 갖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변화하고자 하는 내 자신이 존재했을까?
그 때와 같이 ADHD에 매몰되어 계속해서 받아들이지 못했더라면 나는 지금도 또한 그 감정에 사로잡혀 소중한 시간을 지속적으로 날리고 있지 않았을까?
내가 좀 더 일찍 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밀려올때면, 나는 사람마다 변하는 시기가 있다고 나를 받아들이며 위로한다.
결과적으로 크던 작던 나는 지금 매 순간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고 적어도 예전과 같은 내 모습은 아니기에.
적어도 계속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언젠가는 나는 좋은 쪽으로 계속 변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