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장애인이다.
2. 약을 저용량으로 먹거나 먹지 않은 날은 이마 뒤쪽, 뇌겠지, 가 간지럽다. 그리고 시끄럽다. 남들도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 "시끄럽다"라고 느끼지를 못했다.
근데 조용함을 겪어보니 그게 시끄러운 거였다.
이런 면에서는 조현병 환자와 비슷하다. 조현병 환자는 환청이 들린다. 누구라도 누가 옆에서 24시간 죽여, 죽여, 하면 누군가를 죽일거다. ADHD환자는 무언가에 집중이 안되고 시끄럽다. 남들은 쉽게 얻는 도파민을 얻기가 힘들고 항상 머릿속이 시끄럽고 생각들이 끊임없이 부유한다. 그럼 당연히 성질이 더러워지지.
그러니까 내가 들었던 말들은 성격이 아니라 증상이었던 거였다. 나는 이제야 내 성격이 뭔지 알아가는 중이다. ADHD 장애인일 때 들었던 말들. -넌 진짜 특이해 -4차원이야 -갑자기? -넌 너무 급발진을 해 -너무 감정적이야 - 인성이 나빠 - 개성이 뚜렷해 - 가만히좀 있어
약을 먹고 나는 엄청나게 차분해졌고 엄청나게 주의력이 올라갔다.
이전에는 유튜브도, 걸그룹 영상만 봤다. 집중이 안되니까, 그냥 좀 자극적이고 빨리 끝나고 쉬운 걸 본거지. 약을 먹고 나서부터는 다큐멘터리, 세계역사, 경제 등 시사상식 영상만 본다. 너무 재미있다. 정상인들은 이렇게 쉽고 빠르게 도파민을 얻었는데, 나는 주의력이 결핍되서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너무너무 제한적이었고(정상인들은 집중과 몰입 가능, ADHD는 몰입만 가능. 몰입 상황에서만 도파민 분비 가능) 그래서 우울했구나.
참.. 저주다. 아니, 저주가 아니라 깔끔하게 나는 장애인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ADHD가 장애인이라더라. 의학이 발달한 선진국에서 장애인이라고 판정했다는 건 한국도 시간문제겠지. 나는 공식적으로 장애인이 되겠지.
처음엔 그 사실이 너무나도 우울했다. 축복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렇게 행복회로 돌리면 잠깐이라도 행복할 수 있나?? 현실도피가 되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냥 덤덤히 받아들여가고 있다. 나는 그냥 단순한 뇌 발달 장애를 가졌다. 그래서 남들과 다르고 다른 병과 달리 뇌장애인이니 인생, 생활 전반에 영향이 있다.
약을 먹을수록 자동으로 스스로 인지행동치료가 되는데 하나 하나 찾아갈때마다 음.. 괴롭고 우울하긴 하다.
왜냐면 이 병의 원인은 너무 단순하게 전전두엽 발달 장애이지만, 파생되는 결과는 너무나도 방대하고 다양하고 심각해서, 정말 심각한 병을 가진 사람이구나, 나는, 이런 병을 가진 나는 출산을 해서는 안되고 누군가의 가족이 되서는 안되겠구나, 라고 매일 상기한다.
아빠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ADHD환자인 내가 약을 먹어보고 느끼기를 아빠는 ADHD, 아스퍼거, 양극성장애, 경계선 지능장애, 우울증 중 최소 1가지 이상 있다.
아빠와 살면서 우리 가족은 불행했다. 경제적으로는 풍족하지만 언니는 아빠를 피해 성인이 되자마자 결혼해서 외국으로 나가서 살고 있고 엄마는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기독교를 통해 겨우 살아 돌아왔다. 나는 아빠를 죽이고 내가 감옥에 가던지 아빠 때문에 내가 자살을 하던지 할 것 같던 찰나, 정신병원을 우울증 의심으로 찾았고 ADHD를 진단받았다.
아빠는 지금은 끊었지만 독주를 퍼마셨고 아들 없이 집의 유일한 남자이며 골격이 크고 건장한 태권도 유단자인 아빠는 독주를 마시고 항상 집안 분위기를 공포로 조성했다. 당연히 나는 어릴 때부터 불안함에 시달렸고 안정감을 줘야 하는 집은 불안과 공포의 장소였다.
술을 마시면 극대화되었을 뿐이지 안 마셨을때도 미친 사람이었다.
본인한테 욕을 한 것도 아닌데, 바람이 불어 문을 조금 세게 닫으면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자기가 사놓은 토마토나 사과를 먹으면 벽을 주먹으로 치며 때리려고 해서 경찰이 왔다. 밤 10시에 물을 마시려 부엌에 나와 컵에 물을 따르면 문을 열고 잠을 못자게 한다며 소리소리를 질렀다. 참다 못해 한마디로 하면 발로 밟고 태권도 기술을 나한테 쓰며 사람을 팼다.
시발. 쓰다 보니 정말 미친 인간이다. 뇌가 얼마나 째끄만지 궁금하다. 나는 전전두엽 발달장애이지만 이정도면 아빠는 전전두엽이 없는 거 아닐까.
나는 36이 맞는다. 고용량을 먹으면 돈을 더 많이 버는 직장에 갈 수 있을거다. 근데 피곤함, 간 건강이 나빠지는 부작용이 수반된다. 일단 지금은 36이 맞는다. ADHD판정 받기 전까지 ADHD장애인으로 합격해서 다닌 회사니까 얼마나 업무강도가 약할까. 물론 거기서도 환자인 나는 많이 혼났고 매일 혼나니 항상 우울했다. 약을 먹으니 일이 잘되고 이전에는 괜찮은 규모의 회사 중에는 여기 아니면 받아줄 곳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약발로 일이 수월하게 되고 회사에서 업무 꼴찌였던 내가 이제는 업무를 남들보다 잘하게 되니 더 좋은 회사로 이직생각도 난다. 음.. 나는 부작용이 빨리 없어지는 편인 것 같은데 용량을 올려서 더 좋은 회사에 한번 도전해보는것도 좋을 것 같다. 원래도 소화를 잘했다. 어..변비 설사는 항상 하는데 영양제10알을 매일 먹어도, 음식을 많이 먹어도 속이 불편하지 않고 편안하다. 아 그럼 장은 문제있고 위가 건강한가보다. ㅋㅋ
너무 우울한 얘기(하지만 깔끔하게 사실)만 썼는데 약을 먹고 달라진 점.을 써보자. 좀 우울해지려고 하니까. 그니까 정상인의 삶. 처음 체험한 정상인의 삶.
음.. 일단 업무 실수가 없어졌다. 이전에는 한 5번 확인했다. 맨날 실수하니까. 지금은 1번만 하고 확인을 1번만 하거나 안한다. 내가 업무하는 나를 믿을 수 있다. 이거 꽤나, 자존감이 올라간다. 우울감에 꽤나, 도움된다.
그리고, 내 고민이 항상 나는 너무 까다롭다는 거였다. 그니까 영화를 예로 들면 1년에 한번 나오는 대걸작 영화를 봐야 재미를 느끼고 도파민이 나왔다. 굉장히 돈을 많이 써서 특별한 상황을 만들어야 즐거웠다. 그럼 평소에는? 도파민 없이 사는거다. 그니까 우울증 환자가 된다. 지금은 쉽고 빠르게 도파민을 얻을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재미없다고 안봤을 것들, 지금은 재미있다. 재미를 느끼는 컨텐츠들이 정말 정말 많아졌다. 혼자 보내는 여가시간이 이전에는 우울한 생각, 그만하고 싶은데 끊임없이 나는 생각들로 힘들고 정신없고 우울했다면 지금은 혼자 보내는 여가시간이 좋다. ADHD환자였던 내가 느꼈던 간헐적 행복수치만큼 끔찍하게 행복하진 않지만 그건 항상 0이다가 겨우 얻은 10이 너무 크게 느껴졌던 거고, 약을 먹은 나는 항상 7을 유지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돈도 아껴진다. 당연히 충동구매도 사라졌고, 잔뜩 사놓고 관리 못해서 유통기한 지나서 버렸던 영양제들, 음식들 이제는 관리가 된다.
이전에는 얼굴, 잠자리만 보고 만났다. ADHD환자는 사람 표정도 못읽고 말투도 못읽고 의도도 못읽으니 인간관계에서 긍정적인 감정도 느낄 수 없다. 얼굴 보고 기분 좋은 거, 잠자리 말고는 도파민이 없다. 내가 정신병자니까 뭐 비슷한 이상한 놈들만 만났다. 내 연애는 불행과 불안과 집착의 연속이었다.
약을 먹고 정상인이 된 나는 원나잇도 사라졌고 그에 수반되는 질염으로 인한 고생도 사라졌고 정말 안정적인 사람을 만났다. 항상 만나자마자 내가 모텔을 데려갔는데 이번에는 정말 평범한 여자처럼, 남자가 먼저 좋아해서, 여자인 나는 천천히 마음을 열어가고 있고, 서로에 대해 알아고 있고, 안정감과 잔잔한 행복을 느낀다. 아마 이번이 남자친구를 사귀고 처음 잠자리를 가지는 데에 있어 신기록 갱신할 것 같다. 그쪽으로 생각이 잘 안난다.
좋은 사람을 만나니 이 병이 저주스러웠다. 그래서 결혼 못 하게 됬다는 글을 자유게시판에 올렸다. 이 병을 고백했는데 받아주는 사람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하자있는 사람일 거니까. 근데 댓글들은 행복회로를 열심히 돌리며 현실 도피하는 사람들 뿐이었다. 뭐 가짜 세상에서 사는 사람도 있는거니까. 근데 강요는 안 했으면 좋겠다. 광신도같다.
수면 패턴이 일정해졌다. ADHD 특 - 갑자기 밤에 몰입하는 게 생기면 밤새서 보고 .. ㅎㅋㅋ 지금은 그런게 없다. 약먹고 매순간 집중해서 온전히 살고 잘때 되면 피곤해서 잔다.
일어나는게 괴롭지 않다.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는게 정말 끔찍하게 끔찍 끔찍스럽게 싫어서 학교도 자주 안갔다. 회사는 일어나기 싫어서 퇴사하고 싶었다. 지금은 물론 아침, 당연히 일어나는거 힘들지만 예전이 100이었다면 지금은 1이다.
항상 넘어지고 발목 접지르고 차 못보고 길건넜는데 그런거 다 없어졌다.
대충 걸어서 척추측만증 걸리고 몸 전체가 삐뚤빼뚤하다. 이미 뼈가 그렇게 굳었지만 허리 피고 있을 수 있고 지금은 바르게 걷고 있다.
근데 공부는 여전히 못하겠다. 지금은 공부할 필요가 없는 직장인이긴 하지만 나도 투자 공부를 해야 하는데 안된다.
헤드폰의 소리, 음식의 맛이 다르게느껴진다. 처음엔 헤드폰 망가진 줄 알았다.
소리가 더 잘 들리거나 더 맛있다기 보다는 온전히 소리에 집중이 되고 온전히 맛이 느껴진다. 이전에는 맵거나 짠 음식같이 맛이 강렬한 음식만 먹었다. 머 미각도 주의력 결핍이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