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 아침 : 콘서타 27mg, 아빌리파이 1mg, 웰부트린 150mg(아침) 오후 : 메디키넷 10mg(오후)
2. 부작용과 약의 변경
1월달부터 콘서타 18mg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콘서타를 처음 먹은 그 날은 아직도 기억나는데, 정말 흐릿했던 시야가 엄청 선명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픽 카드를 업그레이드 한 느낌이라고 하면 나름 비유가 될까? 너무 새롭고 신비하고, 완벽한 기분이 들어 무턱대고 콘서타를 증량하기 시작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은 우려를 표했지만 나는 막무가내였다.
그렇게 점차적으로 증량을 해서 3월달에는 콘서타 54mg을 먹기 시작했다. 54는 또다른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동시에 지옥도 경험하게 해줬다는 게 문제지만...
사고력이나 인지능력은 비교도 할 수 없게 좋아졌지만, 부작용을 정말로 '직빵'으로 맞았다. 솔직히 콘서타 54를 먹으면서 겪을 수 있는 부작용이란 부작용은 다 겪은 것 같다.
갑자기 어디서 전화벨이 울리는 것 같은 환청, 불안, 공황, 우울, 불면, 빈맥, 교감신경항진 등등...
부작용으로 진짜 엄청나게 고생한 끝에 용량을 내리기로 했다.
3. 새로운 병을 깨닫다.
콘서타의 부작용을 겪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부작용에 대해 검색했다. 그 중에 이유없는 불안과 우울이 나를 힘들게 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검색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을 유튜브에서 보게 되었는데, 문제 아이 중에 내 어린 시절과 똑같은 증상의 아이를 발견한 것이다.
'선택적 함구증' 이라는 증상이다.
선택적 함구증 증상을 보이는 아이는 언어적 문제가 전혀 없는데도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말을 못한다. 나는 한글을 5세 쯤에 스스로 익혔을 정도로 언어적 능력에 문제가 없었지만, 학교에서나 어떤 상황을 맞딱뜨리기만 하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곤 했다. 이건 대단히 혼란스러운 감정인데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걸 보고 있으면 대답할 말이나, 내가 할 말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속으로 읊조리고 끝내버린다.
나는 절대로 입을 열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강박 비슷했던 거 같다. 그때의 심리를 떠올려보자면 이렇다.
'이건 나의 규칙이며, 내가 말을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나는 절대 눈에 띄어선 안된다.'
그래서 나의 초중고 생기부에는 이상한 말이 적혀있다.
'말이 없고 조용하지만 산만함.'
그런데 진짜 그랬다.
수업 시간에 그냥 일어나서 책꽂이에서 책을 가지고 와서 읽는다던지, 그냥 수업 듣다가 지루하면 집에 가버렸다. 이런 증상은 중학생이 되면서 없어지기는 했지만 선택적 함구증과 '조용하면서 산만한' 증상은 계속 있었다. '선택적 함구증'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없어지지 않았고, 나의 학창시절을 힘들게 했다.
어쨌든 내가 어린 시절에 선택적 함구증 증상이 있다는 걸 담당 선생님에게 말했고, 선생님은 그에 따른 우울감이 분명히 있을거라고 하시면서 항우울제를 처방해주셨다.
항우울제 역시 이런저런 부작용 때문에 약을 바꾸고 바꿔서 지금 먹고 있는 약으로 결정되었다.
4. 현재
처음 콘서타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래픽 카드를 업그레이드 한 것 같다고 할 정도로 과장을 떨었지만, 사실 콘서타 자체는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었다.
나는 나였고, 그냥 나인 상태로 주의력과 집중력이 좋아진 느낌이었다. 솔직히 정말 드라마틱한 효과를 느끼고 있는 건 항우울제다. 항우울제를 먹기 전까지 나에게 우울증은 없는 줄 알았다. 왜냐하면 나는 죽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고(가능하다면 영원히 살고 싶다), 기쁜 일에는 기뻐하고, 슬픈 영화를 보면 슬픈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콘서타의 부작용인 우울과 불안을 잡고 싶었기 때문에 항우울제를 복용했고, 비로소 내 인생의 전반에 우울과 불안이 깔려있음을 깨달았다.
항우울제를 먹기 전까지의 나는 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되 의욕이 없었고, 모든 것에 귀찮음을 느끼는 성격이었다. 콘서타를 먹고는 억지로 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성격 자체는 그대로였다.
그런데 항우울제를 먹고 난 후부터 뭔가 '성격'이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다. '바뀐다'라기보다는 나의 성격이 '돌아온다'라는 개념이 맞겠다.
그래.
나는 이제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의욕이 생겼고, 귀찮음을 이겨내고 실행하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포기하려는 마음을 접을 줄 알게 되었고, 좀 더 감정이 다채로워진 것 같다.
지금 먹고 있는 약이 나에게 맞는 약이고, 용량인지는 모르겠다.
부작용은 어느 때든 찾아올 수 있다고 각오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계속 약을 먹으며 치료할 것이다.
인생이란 마라톤에서 약은 나의 운동화니까. 가끔은 맞지 않더라도, 새로운 운동화를 찾으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