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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떤 분으로부터 당황스런 쪽지를 받았다.
주로 ADHD와 관련된 내용을 요즘 많이 올렸더니,
나와 같은 ADHD 환자들로부터 쪽지 또는 댓글이 오곤 한다.
주로 병원 어디 다니냐, ADHD가 의심돼서 병원 한 번 가보려고 하는데
병원 좀 추천해달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런 질문을 받았을 경우,
나는 대부분 내가 속해서 함께 글을 쓰고 있는
ADHD 블로거 커뮤니티를 소개해주곤 한다.
www.a-app.co.kr
여기 가면 전국의 웬만한 병원 정보는 거의 다 얻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다른 성인 ADHD 환자들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저 쪽지를 나에게 보내신 분의 질문은 좀 많이 달랐다.
본인은 미국에서 애더럴(ADHD 약물의 한 종류)을
복용했던 사람이라고 했고,
한국에 와서 ADHD와 관련된 종합 진단을 받으려니 비용이 부담된다며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약을 자신에게 팔라는 내용이었다.
응?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잘못 봤나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거기엔 똑똑히 내가 먹는 약의 일부를 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며칠 후 어렵게 답을 보냈다.
"어떤 심정으로 연락하셨는지는 이해가 됩니다.
저도 지금 제가 필요해서 복용하고 있는 약이에요.
아시다시피 콘서타는 향정신성 약물이기 때문에
전문의의 처방 없이 제 3자가 판매하는 건 금지되어 있습니다.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걸 위반해 가면서
금전적 이익을 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금액이 크고 작고를 떠나서 무엇보다 제 마음이 불편해서요.
비용이 좀 더 드시더라도 종합검사를 받아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도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난 의사가 아니다. 또한 약사도 아니다.
난 그저 일개 ADHD 환자일 뿐이다.
병을 가지고 있고, 그걸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는 것이다.
물론 내가 갖고 있는 이 질환이 궁금해서
이런 저런 책도 많이 찾아보고 공부도 많이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제 3자를 임의로 처방할 수 있는 권한은 내게 없다.
난 전문의가 아니니까.
그래서 이런 부탁을 받았을 땐 정말 당황스러웠다.
그러니까 혹시나 내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ADHD 약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지만 탈 수 있다는 걸.
그러니 일개 환자인 내게 이런 불편한 부탁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는 걸.
위의 사례와는 별개로, 시중에서 ADHD 약이 일부 극성 엄마들에게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져서 중고생들한테 팔리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한다. 물론 약이 듣는 경우도 있겠지만, 정상인이 잘못 복용하면 부작용이 엄청난 게 ADHD 약이다. 향정신성 약물이니까. 정상인이 먹었다가 만약 그런 부작용이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참 걱정이 된다.
공부를 잘 해서 좋은 학교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본질적인 역할에 충실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공부라는 걸 왜 하는 걸까?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남들보다 좋은 위치를 누리며 살라는 이유에서 하는 거라면, 그게 본질적인 대답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여러 모로 참 씁쓸하고 복잡한 생각이 드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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