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이 너무 제 얘기 같아요 도움되시라고 가져왔습니다. 사연) 안녕하세요 대학생입니다. 제 인생이 꼬인 시점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언제부터였는지 잘 모르겠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저를 생각해 보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기만 했고, 또 중학교 3학년 때는 차가 달리는 도로를 보면서 뛰어들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중학교 2학년 때 가정에서 좀 큰일이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 이렇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지금 상황을 말씀드리면 사는 게 지긋지긋합니다. 제 한 몸을 영위하기 위해선, 당연히 돈도 있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또 건강해야 하고, 자기계발도 해야 하고, 종종 행복하기도 해야 하잖아요. 근데 너무 지칩니다. 일어나서 씻는 것도, 먹는 것도, 먹고 나면 또 설거지를 해야 하고, 사람 바글바글한 지하철에 껴서 학교를 갔다가 돌아오고, 또 운동도 해야 하고, 간간히 사람도 만나고, 평생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납니다. 어렸을 때부터 정신과도 다녀 봤고, 약도 먹어 봤습니다. 근데 지쳐요. 항상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주기가 돌아옵니다. 인생을 시험 기간과 시험 기간이 아닐 때로 나눠서 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시험 기간 때는 공부하고, 스트레스 받고, 시험이 끝나면 이번에는 벼락치기 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마음먹었다가 또 하기가 싫고, 솔직히 생각해보면 학업 트라우마가 심한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그리고 n수를 하면서 너무 하기 싫은 공부를 정말 억눌러 가며 했습니다. 중간중간 토하고 손목을 긋는 등 자해를 하기도 했고요. 그냥 공부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전공 서적을 읽을 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나오면 심장이 두근두근합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쉬고 싶습니다. 사람 바글거리는 지하철도, 공부도, 취업도 다 하고 싶지 않아요. 이럴 때는 쉬어야 하는 걸까요? 그런데 막상 쉬면 정말 평생 쉬게 될까 봐 겁이 납니다. 히키코모리가 될까 봐요. 인생이 항상 상황에 의해 끌려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주어진 일이 생기면 항상 하기는 합니다. 포기는 잘 못하는 성격이에요. 억지로 해서 항상 중간 정도의 결과물은 내는 편입니다. 그런데 정말 항상 중간이에요. 벗어나고 싶지만, 고통받고 싶지 않아요. 더 좋은 결과를 내고는 싶지만, 스트레스까지 받아 가면서 잘하고 싶진 않습니다. 솔직히 모자라게 자란 편이 아니라서 안주하는 것 같아서 이런 제가 한심합니다. 집이 폭삭 망해 버린다면, 어떻게든 살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하고요.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지칩니다. 사람을 만날 때 즐거움보단 항상 긴장감이 더 큰 것 같고요. 외모 강박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혼자 있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같이 사는 가족조차도 거슬릴 때가 너무 많고요. 한국 사회와 제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지쳐요. 적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하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으면 계속 자요. 자정쯤 자서 오후 12시에 일어나고, 낮에 또 잡니다. 항상 이런 패턴이에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같이 있으면 눈치가 보입니다. 제가 제가 아닌 느낌이에요.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는 강박도 있는 것 같고… 인생이 혼란스럽습니다.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에요. 사실 내년에 해외로 나갈 계획이 있긴 합니다. 제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 같아서요. 한국에서 있다 보니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평균이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고, 한편으로는 이런 마음 덕분에 어떻게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하면서 보통 정도의 결과물을 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인생이 고통이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받아들이는데,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해서 고통스러운 것 같기도 합니다. 도와주세요.  사진_ freepik 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자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주기적으로 무기력해지고 우울감이 찾아온다고 하시니 얼마나 힘들고 지치실까요. 인생이 시험 기관과 시험 기간이 아닌 시기로 나눠지는 것 같다는 사연자님의 말씀이 특히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사연자님께서는 어린 시절부터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늘 학업에 대한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많이 심하셨으리라 짐작됩니다. 아마도 시험 기간이 되면 전력투구해서 벼락치기를 하다 보니 그때마다 체력적으로도, 또 정신적으로도 소진이 심해지고 시험이 끝나면 소진된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기라도 하듯 먹는 일도 귀찮게 느껴질 만큼 몸과 마음이 지치는 패턴이 반복되어 오셨겠지요. 마치 어느 정도 충전된 전자 기기의 배터리가 다 소모되면 잠시 방전됐다가 다시 충전하고 반복하는 생활 패턴이 이제는 사연자님께 하나의 고착된 인생의 방식처럼 자리 잡은 것도 같습니다. 배터리가 방전되는 듯 심한 에너지의 소진을 경험할 때마다 남은 에너지를 좀 더 쥐어짜서라도 버티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셨을까 생각해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어쩌면 사연자님께서는 모든 중간 이상은 해내야 한다는 자기만의 철학과 기준이 나름 확고하신 분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듭니다. 그리고 그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금껏 쉼 없이 달려오신 것 같고요. 남들은 한 번도 치러 내기 힘든 입시에 다시 도전해서 대학에 진학하기까지 얼마나 몸과 마음을 다잡고 또 억누르며 진학에 성공하셨을까요. 참으로 고생 많으셨고 또 잘해내셨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듯 쉼 없이 열심히 달려오신 사연자님이지만, 그에 비해 “모자라게 자란 편이 아니라서 안주하는 것 같아서 이런 제가 한심하다.”라고 말씀할 만큼 스스로에 대한 평가나 시선은 다소 엄격하고 또 가혹하다는 느낌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풍족하거나 부족함 없는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계속해서 좋은 성취를 이뤄 나가야 한다거나, 힘들어해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혹시라도 사연자님께서는 ‘이렇게까지 지원해 주시는데….’ 혹은 ‘주변의 관심이나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와 같은 세상의 기준이나 타인의 기대 및 시선 등에 무게중심이 상당히 쏠려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사연자님의 인생은 스스로가 중심이 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설레는 여행보다는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만 하는 단체 패키지여행 같은 피로감 가득한 여행길이라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나에게 잘 맞지 않는 패키지여행은 미리 정해진 여행 경로에 따라 많은 관광지를 들르고, 또 개인적인 휴식이나 취향을 즐길 겨를도 거의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빡빡하게 이어지는 여행 스케줄은 즐겁다고 느끼기보다 고단하고 부담스럽기 마련입니다. 이제부터는 사연자님께서 떠나고 싶은 자유 여행의 일정은 어떤 것인지 곰곰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온전히 사연자님의 욕구와 시각에서 여행 목적지와 스케줄, 준비물이나 그곳을 가려는 이유 등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남들이 많이 가는 여행지라서, 또는 어디가 좋다고 해서 다녀오는 여행은 훗날 그 의미도, 추억도 희미해질 뿐입니다. 어떤 분들은 유명 관광지나 사람이 붐비는 번화가 쪽으로 주로 여행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또 어떤 분들은 지역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문화적인 공간 위주로 스케줄을 잡고요. 음식에 관심이 많거나 먹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미식 여행을 꿈꿀 수도 있습니다. 여행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아름답고 조용한 해변가를 떠올리는 분이라면, 지금 간절히 휴식이 필요하거나 평소 휴식 같은 여행을 좋아하는 분이실 테고요. 또 같은 사람이더라도 그 시기나 컨디션에 따라 원하는 여행 스타일이 그때마다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행 이야기가 좀 많이 길어졌지요? 사연자님께서도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앞서 말씀 드린 여행은 단지 비유일 뿐, 우리의 인생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 비유를 들어 말씀을 드려 봤습니다. 이처럼 여행 스타일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하물며 우리 삶은 어떨까요?  사진_ freepik 인생의 방향이나 속도에는 정해진 매뉴얼도, 정답도 없습니다. 제각기 다른 사람들의 여행 스타일만큼 자기만의 독특한 인생 스토리를 만들어 갈 뿐이지요. 모두 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빨리 달려야 하는 경주가 아닌 것입니다. 또 미뤄 둔 숙제도 아니지요. 그저 어느 시인의 말처럼, ‘지구별에 온 여행자’라고 생각하신다면 그래서 서로 다른 별에서 온 여행자인 만큼 각자의 목적지나 여행 경로는 서로 다를 뿐이라고 여기신다면 사연자님의 마음이 한결 편해지지 않으실까요. 사연자님께서 현재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쉼이 필요하다고 느껴지신다면 지금은 그저 쉬어 가야 할 타이밍이 맞습니다. 온라인상 사연글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지금 이렇게 사연자님께서 많이 지치고 또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것은, 사연자님께서 게으르다거나 원래 에너지가 없는 분이 아니라, 지금껏 사연자님의 쉬고 싶은 욕구를 너무 억누른 채 달려오신 번아웃 같은 상태와 다소 장기화된 우울감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아 함께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추측됩니다. 사연자님께서 현재 보이시는 무기력감과 폭식 및 과수면 등은 우울증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울증은 개인의 의지력의 문제라기보다 뇌의 문제로서 전문적이고 꾸준한 치료를 받으셔야 좋아질 수 있습니다. 이미 정신과도 다녀 보고 약도 드셔 봤으니 잘 아시리라 생각되지만, 아직 우울증이 완전히 치료되지는 않으신 것 같습니다. 우울증은 현재 상태에 따라 전문의 진단하에 약물치료가 처방될 수도 있지만, 심리치료가 병행될 때 더욱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심리치료를 받아 보신 적이 없다면, 이 부분도 함께 치료 방법으로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연을 읽으면서 들었던 사연자님에 대한 인상은, 모든 적당히 하기보다 열심히 하는 분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자기에게 주어진 일과 인생에 대한 성실함과 책임감도 강하신 분이실 것 같고요. 또 한편으로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책임, 성과 등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평소에도 긴장 수준이 높고, 또 뭐든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사연자님께 많은 심리적 부담감을 지우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런 성격 특성을 가진 분들은 우울증이나 번아웃에 취약해지기 쉬운 특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쉬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만큼 그동안 이런 욕구를 억누르고 스스로에게 필요한 쉼을 제때에 잘 허락하지 않을 때, 한꺼번에 이런 욕구가 밀려올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평소에 자신의 정서 상태는 물론 신체적 컨디션을 잘 인지하고, 스트레스 관리 및 신체리듬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연자님께서는 원체 책임감이 강한 분이시기에, 인생에 있어서 휴식이 필요한 시기에 조금 긴 휴식기를 가졌다고 해서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실 분도 아닐 거라고 생각됩니다. 자기 자신을 좀 더 믿으셔도 좋으실 것 같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잘 휴식할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주말에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은 피로감을 풀거나 휴식을 취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별히 몸이 안 좋거나 심한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이보다는 짧게 자주라도 ‘계획된 휴식’을 취할 것을 권유 드립니다. 주말 아침에 느긋하게 동네 주변을 산책한다든지, 산책을 다녀와서 편안하게 이완한 채로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등 좋아하는 것 또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산책을 하면서도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또 에너지가 많이 들고 변화가 꽤 필요한 해외여행이나 장기 여행보다 가까운 곳이라도 하루 이틀 정도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휴식 같은 여행을 다녀오시는 것도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고,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죠. 그리고 일상 속에서 명상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면서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도 있을 테고요. 그 방법이 무엇이든 평소 사연자님께서 좋아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채워 갈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현재 사연자님께서 느끼시는 무기력감과 우울감은 사연자님의 정신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놓치지 마시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기를 권유 드립니다. 또 우울증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지속적인 치료도 이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사연자님의 앞날에 행운과 함께 일상의 행복이 찾아오기를 응원하겠습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