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ADHD인 홀랑이의 머릿속은 어떨까? 홀랑 조회수 161 2018-06-01 00:25:13 |

비눗방울 속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멍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멍해져요. 나와 외부세계 사이에 막이 있는듯한 기분이에요. 외부를 인지하는 것도, 내 자신을 외부에 표현하는 것도 뭔가 이상하고 더뎌요. 몸은 남들과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데 사실은 나만 이 비눗방울 속에 갖혀사는 것 같아요. 고요한 비눗방울 안의 재잘거림을 따라가다보면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이상한거에 꽂혀있는 자신을 발견해요.

이 마시멜로 하나를 지금 안먹고 기다리면 이따가 하나 더 준다고?! 뭐래. (쩝쩝) 전 멍청하지 않아요. 아이큐도 평균 이상이고, 아니, 최소한 마시멜로 두개나 하나보다 더 값지다는건 안다구요. 내가 눈앞의 마시멜로를 낼름 집어먹는건 두가지 이유 때문이에요.
(1) "이따가"? "이따가"가 뭐임 ㅇㅅㅇ? (2) 아니 이따가가 뭐든 간에, 그때 두개를 먹는게 지금 하나 먹는걸 참을 가치가 있나?
이 두가지를 보고 이렇게 생각하는거 다 알아요. "멍청한거 맞네"
아니라고요오오오오. 하나씩 설명해보겠어요.

(1) 우리는 시간개념이 없어요. 5분은 10분이랑 비슷하고, 20분은 30분이랑 비슷하고, 뭐 1시간이나 1시간 15분이나 그게 그거고... 두시간이랑 세시간은 두세시간이라는 말이 있으니 비슷하고... 음... 그러나 1시간과 6시간은 꽤 많이 다르겠거니 합니다. (이건 제가 @치고도 심한걸수도..)
"이따가" 이든, "10분 뒤" 이든, 시간과 미래에 대한 관념이 희박한 우리에게는 별 구미가 안 당기는 말입니다.

(2) 참고로 이 마시멜로 실험은 아동의 "보상지연" 내지는 "만족지연" 에 대한 실험이었죠.
우리 @의 뇌는 대체로 도파민이 후달립니다. 도파민은 뇌의 보상체계에 일조해서 우리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신경전달물질이고요. (이 기능만 하진 않습니다만) 즉, 우리 @는 앵간한 보상에 쉽게 동기부여 되지 않는단 말입니다!!! 이따 3개 더 준다면 모를까, 달랑 하나 더 준다는데 지금 참아야해? 이런거죠.
만성적인 도파민 부족에 허덕이는 우리는, 비 @인들에 비해 더 큰 보상과 자극에 쉽게 매료되고, 또 그 때문에 여러가지 중독 (담배, 술, 도박, 인터넷, 쇼핑 등) 에 취약하다고는 합니다.
흠흠. 뭐 어쨌든. 우리 @는 큰 보상에 목매는 경향이 있는 동시에 고만고만한 보상에는 눈 하나 깜짝 안한다는 아이러니한 결론이군요. 아. 그리고 지연되는 보상에 둔감한 것도요.
제 고딩 때 일기장에 이런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줄 일을 하느니 당장 생각없이 웃을 짓만 한다." 그땐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전형적인 "보상지연" 의 실패로군요.

비 @인들이 원숭이 엉덩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어떨까요. (그딴걸 누가함) 일단 어떤 원숭이 종이냐에 따라 다르겠고, 외양은 각기 어떻게 다르고, 암수의 차이는 있는지, 혹시 빨갛지 않은 원숭이 엉덩이가 있는지 이런 식이겠지요.
@인들의 생각은 이런식으로 뻗어나갈겁니다. 원숭이 엉덩이? 빨개. 어 빨간거? 어 그저께 우리 고모할머니가 사과 한 박스를 보내주셨어. 사과 짱 맛있지. 아 사과만 맛있냐. 바나나도 맛있지. 바나나 근데 동남아엔 엄청 짧뚱한 바나나 있는거 아냐 ㅋㅋ 먼소리임. 바나나는 길어. 바나나가 기차만큼 길면 맛있을까? 아니. 빠르겠지. 빠른건 비행기가 젤 빠름. 게다가 젤 높음. 높은건 백두산이 짜세임. 아 백두산.. 빨리 통일이.. 우리~의 소원은 토옹일~ㅠㅠ
(물론 과장은 되었습니다만) 한 사람의 머리가 이딴 식으로 작동한다면 어떨까요. 머리는 복잡한데 기억에 남는 것도, 제대로 처리되는 일도 별로 없겠죠.
별 볼일 없는 홀랑이의 머릿 속을 조금이나마 풀어봤습니다. 저에게 아주 많이 공감하시는 @분들도,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최소한 @의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특질은 담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혹시나 틀린 정보가 있다면 꼭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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