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를 날려버릴 수 있다면 꿈달 조회수 39 2018-05-30 23:00:39 |
이라는 생각을 줄곧 한다.
내가 adhd라는 걸 인정하는 것, 콘서타를 복용하는 것은 증상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된다.
변화하는 만큼 자꾸 과거의 나와 비교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만족도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으나
나는 아니였다.
과거의 내가 얼마나 멍청한 실수들을 해왔는지
계속 떠올리게 되고 내가 점점 싫어진다.
기억력과 판단력이 좋아져 생활이 개선되는 면이 있지만
콘서타를 먹기전이라면 그냥 잊어버렸을 바보짓들에 대한 기억도
자꾸만 좋아지고 거기다 그걸 기록까지 하려다보니
점점 내가 싫어졌다.
지난 학기는 어떻게든 버텨온 것 같으나
개강을 하고 생활 습관까지 바뀌면서 약을 계속 까먹고 병원이 점점 귀찮아졌다.
adhd를 알고 나서도 약을 먹고 나서도 무기력에 빠져든 내가 참 한심했다.
자꾸 남과 비교하게 되고 자꾸 불안해지고 우울해졌다. 무기력해졌다.
처음에는 과거의 나만 없애버리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자꾸 현재의 나까지, 미래의 나까지 없애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그 과거의 나에게로 시간여행을 좀 하고 왔다.
친구 손에 이끌려 고등학교에 다녀왔다.
낯설지만 낯익은 풍경이었다.
어떤 것은 변해있었고 또 어떤 것은 그대로였다.
사실 가는 것이 두려웠다. 아마 친구가 아니면 안 갔을 거 같다.
(-)
자퇴, 전과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음
잘 살고 있냐고 하면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음
사복입고 학교가면 학생들이 쳐다볼텐데 그 시선
과거의 나를 잊고 싶고 과거의 내가 잊혀지길 바라는 나의 두려움
한여름에도 덜덜 떨던 내 불안 증세에 대한 기억
(+)
같이 놀던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
방구석 폐인으로 있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음
내가 몰래 상추 키우던 곳 어떻게 됐는지 궁금
뭔가에 몰입하던 게 하나라도 있던 때에 대한 그리움
사람에 대한 두려움 극복
...
(-)
자퇴, 전과 얘기는 그냥 넘어가지지 않았고
새벽 3~4시까지 잠 못자게 하며 자해, 환각, 우울 등에 관한 얘기를 하던 룸메에 대한 기억
이 떠올라 버렸다...
학생들의 시선은 생각보다 더 낯설고 무서웠다.
학교에선 더웠는데 몸이 덜덜 떨렸고
밥 먹을 때는 손 떨리는 게 들킬까봐 천천히 먹었다.
(간만에 약을 먹어서인지 뭘 못먹겠기도 했다...)
달팽이랑 책을 참 좋아했는데(지금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 때 만큼 무언가에 빠져 살기가 어려운 거 같다.
근데 책을 많이 읽었지만 기억나는 책이 없고
(애초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며 읽는 게 아니라 산만함을 떨쳐내려 읽었던거니...)
달팽이를 좋아했지만 달팽이 사진이 남아있지 않는 건 슬프다
(+)
생각보다 나를 그렇게 자세히 기억하지 않았고
어차피 오늘의 난 남들에겐 그저 그런 잊혀질 순간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그 생각을 학교 셔틀에서 한게 문제지...)
내가 몰래 상추 키우던 곳은 상추가 죽어 슬퍼하며 흙으로 덮어두었던 뒤로 누가 손댄것은 없는 듯 했고
일단 나갔으니 방구석 폐인은 아닌 거 같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같다.
그리고 과거의 나에 대한 자책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