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약일기#2 + 부모님께 털어놓기 홍구리 조회수 50 2018-07-03 02:15:07 |
| 어렵게 운을 떼기 시작했다. 사실 그 다음에 병원도 갔어. 어느 정도 알고 간거지만. 에이디에치디 진단을 받았고, 항우울제도 같이 먹고있어. 내가 어렸을 때부터 많이 산만하긴 했잖아. 나사빠진 놈 소리도 곧잘 듣고.
그때 으레 돌아오는 대답은 대강. 나도 불안한데. 약도 약이지만 스스로 바뀌어야 하는거야. 나도 먹어봤어. 조심해야겠더라.
호수공원 길을 걸으며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말해줘서 고맙다고. 나는 무거운 짐을 나눠 든 기분이었다. 나쁘지 않은 불편함이었다. 든든한 아군이 생긴 것 같았다. 아니. 언제나 그래왔다. 선을 긋거나. 부담을 가지는 건 이기적인 나였다. 이렇게하면 기대를 떨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느껴지는 시선이 모두 싫었다. 그러나 날벌레처럼, 불이 켜지면 돌아왔다. 실상 어디로도 가지 않은 나였다.
이 조그만 방구석도, 하다못해 옆의 책 한 권도, 나 혼자 마련한 게 아니지 않은가??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 때 돌아갈 마음의 고향이 있지 않는가. 혼자 힘으로 살아보겠다고. 내 마음 편해보려고 부린 객기였다. 결국 찾게 될 가족이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고쳐잡았다. 당장 뭐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급할 거 없이 천천히.. 하고싶은 걸 찾자고. 들고 있는 가방에서 딱 책 한 권만큼만 내려놓아 보자고.. 지난 겨울보다 좀 더 밝아진 것 같다던 엄마 말씀이 왠지 고마웠다.
+ 약은 '아세틸목신' 과 '항우울제'라고만 알고 있는 것 하루에 총 세 알을 먹습니다. 콘서타는 중독될 우려가 있다고 추천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말을 천천히 하는 연습을 하라고 하셨어요. 조금씩 차분해지는 게 느껴지는 게 도움이 되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