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adhd의 힘이었다니… 2 (분노하기) 아침 조회수 61 2018-08-28 10:16:32 |
*사람이 화(火)를 내는 데 들어가는 기술.
- 화라는 감정에 몰입하는 집중력
2. 내가 기분 나빠할 상황이 맞다고 믿는 판단력
3. 화를 낸 이후(후폭풍)를 감당할 수 있는 담력
4. 상대에게 내가 왜 화 났는지 설명할 수 있는 언변
화가 나면 화를 그냥 내면 되는 거지 뭐 저런 걸 분석하고 앉았냐고 생각하는 당신은, 어떻게 보면 복 받은 사람이다.
나는 내가 이제껏 마음이 하해와도 같은 대인배래서, 그냥 선천적으로 쿨한 사람이라서, 열등감 따위는 없는 사람이라서(??) 웬만한 문제에 발끈하지 않고 허허실실 넘어가는 줄로만 알았다.
모두 착각이었다. 위의 4가지 기술이 없어서였다.
이 사실을 깨달은 건 아주 최근이다.
- 화에 집중할 수가 없다.
화 나는 상황이 왔을 때 어쩌지 저쩌지 하며 속을 끓이다보면 금세 피곤이 느껴졌다. 그 감정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부족했다.
타고난 주의산만으로 뭐랄까 현실로부터 좀 붕 떠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분노를 유지하는 게 피곤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지 뭐' 하는 복세편살 정신을 발휘해 내 안의 그 불편한 감정을 제거했던 것 같다.
산만함이 분노를 이긴 셈이다. 화내는 것에도 집중력이 필요했다니.. 좀 황당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2. 내 판단에 대한 자신감 없음
ADHD라면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우린 어떤 상황에서의 판단력, 분별력이 보통사람보다 떨어진다.
상식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해 망신을 당하거나 큰 손해를 봐본 경험, 많이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거의들 흑역사 부자 아니던가.
이런 게 쌓이고 쌓이다보니 욱하는 순간이 와도 '잠깐, 내가 지금 기분 나쁜 상황이 맞나? 화 내도 돼? 비웃음만 당하는 거 아닌가?' 하는 주저함이 생긴다.
내 감정에 대한 자신이 없으니 우물쭈물하다가 그냥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3. 겁이 많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화를 참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그저 가만히, 조용히 있으면 된다.
화를 내는 건 일을 크게 키우는 거다. 내가 화를 내면 상대방의 반응이 나에게 들어올 것이고 나는 거기에 또 반응하고 상대는 또 들어오고... 제3자가 끼어들 수도 있다. 험난한 여정이 시작될 가능성이 생긴다.
이것을 감당할 배짱이 없었다. 스트레스 내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런 번잡하고 피곤한 상황을 마주하는 게 겁이 난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마주할 게 뻔한 상황...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4. 설명을 잘 못함
논리적으로 조곤조곤 설명하는 것.... 이게 참 어렵다.
우리 ADHD는 생각의 구조화, 체계화가 힘들다. 아주 쥐약이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에 대해 머릿속에서 와글와글 떠도는 단어,표현들을 조합해 논리적인 문장으로 방출해야 하는데
그게 안돼 결국 어리바리하게 말하거나, 감정이 북받쳐 울음부터 터지거나, 나만의 논리점프로 뜬금없는 말을 해버려 상대방에게 인정이나 사과는커녕 '뭐래?' 하는 무시만 당하기 일쑤다.
한마디로 화 내고 본전도 못 찾는 꼴이 되는 거다... 나의 어눌함만 재확인시켜줬을 뿐.
위의 네 가지가 모두 없던 나는 본의 아니게(이제 와서 보니 본의가 아니었네) 보살처럼 살아왔는데
이 모두가 adhd증상과 관련됐을 수 있단 걸 깨달은 순간 나 스스로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제껏 얼마나 많은 억울함과 손해를 감당하고 살았던가?
무시와 멸시는 받을 대로 받으면서 '좋은 게 좋은 거지 뭐'하며 헤헤 웃고 말았으니 말이다.
멘탈이 어떻게 남아났지? 당장 절연을 해도 될 만큼 심한 모욕을 듣고도 그저 피식 웃었다니!
뭐,,,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 요즘은 화 좀 내면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나더러 변했다고 한다....)
ADHD라고 하면 분노조절이 안 돼 아무때나 아무데서나 버럭버럭 화 내는 사람부터 떠올릴 수 있다.
그런 ADHD도 물론 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도 꽤나 많을 것이다.
ADHD라고 무조건 '사나운 사람' '시한폭탄 같은 사람'이라고 색안경 끼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이라고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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