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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생일날 콘서타 18그램 일주일치를 선물로 처방받았다.
Level 3   조회수 56
2018-08-07 12:34:04

어느날 엄마한테 카톡이 왔다. 생로병사의 비밀 성인ADHD편을 봤는데 네가 꼭 그런것같다고 시간이 되면 꼭 검사를 받으라고 말이다. 사실 예전부터 신경을 쓰고 있었던 부분이긴했는데...(내가 어떠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 알기가 두려워서 방치를 해두었다. 그러다보니 나이는 먹어가고 꿈과 하고픈일이 있는데 진행대로 안하고 자취하고 있는 방도 어지럽고 아르바이트만 겨우하고 남는시간은 계획대로 여전히 못보내고 몇년째 루저로 살고있었다. 타고난 천성때문인지 쉽게 우울해져도 괜찮아 하고 넘어갔지만 불안해서 계속 밤마다 못하는 술을 마시거나 (그래도 주량이 전혀 늘지 않는다..)  잠도 못드는 건강파괴자가 되고있었다. 제대로된 인간구실 못하는 인간으로 점점 되어가고 있고 주변에서는 슬슬 걱정의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있었다. 눈치도 없어 나 하나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면서 주변의 작은 도움거리는 발벗고 나서지 않나.. 흥미될만한 일들에 자꾸 눈돌리며 진짜 내가 해야하는일들은 전혀 못하고있었다. 게다가 아르바이트에서도 누누히 혼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내가 원래 이런아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사실 이게 내 현실이라고 받아드려야하나 진지하게 고민도 되었다. 초조해하며 그러나 도피하면서 유튜브에서 재미나 영상들로 아무렇게나 시간을 때우고있을때 엄마의 그 톡은 내가 기다렸던 무언가였다.

언니와 엄마는 처음에는 내가 ADHD일것같다고 이야기하더니 막상 내가 병원을 알아보고 관련된 영상들을 보며 호들갑을 떠는 내모습을 보자 아닐거라고 다시 단정지었다.(언니와 엄마도 ADHD가족을 받아드리는 면역력이 없어서다) 하지만 나는 빠른 진단을 위해 좀 멀리 떨어진 병원에 방문했고 선생님은 이 분야에서 간간히 기사에서도 등장하는 유명하신 분이였다. 긴장이 되었다. 사실 처음 정신과를 방문했을때 이렇게 까지 다른사람들 이목이 신경쓰인다는게 놀라웠다.(눈치가없어서 평소에 다른이들의 이목의 신경을 못씀) 누군가 내가 정신과를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는게 이렇게나 두려운일이였다니...처음 정신과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을때 눈물이 날것같았다. 옆에 앉은 옷을 이상하게 입으신 아주머니께서 5초마다 몸을 부르르르떠시는거다... 너무 무섭고 언니한테 카톡으로 눈물이 날것같다고 보냈다. 진짜 무서웠다. 그렇게 내 차례가 되었고 선생님을 마주하자 살짝 얼었다. 무슨말부터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예전에 반 충동적 반 자의적 피어싱을 한 내 모습이 문제아같아 보이나? (나는 귀양쪽에 피어싱을 2개씩 했고 눈썹피어싱도 하나했다.) 그제서야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옷에 반찬이 튄지도 모른채 입고온 티가 더 나를 이상한 아이로 보일것같다고 생각이 들어 복잡해졌다. 선생님은 친절하셨고 이제껏 내 의지대로 살아오지 못한 인생에 대해 그리고 안일한 내 태도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니 눈물이 나서 울었다. 누군가에게 내 인생을 들려줄때 이렇게까지 형편없을거라고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창피하고 스스로 정말 한심했다. 선생님께서는 잘 들어주시다가 티슈를 건내주셨고 검사를 받을만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어서 2주뒤에 검사일정을 잡았다.

검사일 바로 전날에 룸메언니는 로스쿨시험을 치고 난뒤 우울해 있었으며 나는 고향에서 친구 두명이 서울로 올라왔다. 사실 그날에 전 알바에서 친해진 사람들과 술마시는 모임(자주 술번개가 생겨서 가끔씩 나간다.)미루고 친구들과 미리 내 생일파티겸 해서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너무 반가워서 신촌 홍대일대를 돌아다니며 술을 마시고 집에 가기싫다고 내가 오히려 징징대는걸 애들이 보냈다.12시쯤 그렇게 집에가니 시험을 망친 룸메언니가 훌쩍이며 있었고 언니 이야기를 들어주니 시간을 훌쩍 새벽을 넘겼다. 2~3시 애매하게 자면 오히려 오전9시에 있을 검사시간에 지각할것같아서 바보같이 밤을 새버렸다..(물론 그것말고도 술마시면 원래 잠도 안오고 검사를 받는다는 긴장감에 잠이 더 안오긴했다. ) 그상태로 바로 일찍 병원으로 갔고 검사를 한 3시간 안되게 받은것같은데 얼마나 졸립던지 유야무야 고등학교때 대충 시험치듯이 보내버렸다. 병원을 나오고서 또 자책했지만 검사결과는 일주일 뒤에 나오는것이고 그 일주일뒤는 내생일이였다.

+) 안녕하세요 이거 글쓰는데 아직 익숙치 않아서요 저도 모르게 신나서 인사글 대신 쓰고 싶은것만 다다닥 바로 써버렸네요 ㅋㅋㅋ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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