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4 새벽에페니드 조회수 28 2018-08-24 13:52:45 |
(주의! 약기운에 쓰는 글입니다!)
#1. 어젯밤엔 참 편안하게 잤다. 누우면서 다 괜찮다. 다 내려놓자. 잘 때는 다 내려놓자고 생각하고 내버려뒀더니 거짓말처럼 땀을 흘리면서 정말 깊이 잤다. 그분에 대해서도 이제 내려놓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2. 물론 그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 이전 사람들을 되새겨 보았다. 첫번째는 초등학교 1학년 첫날때 집에 와서 "엄마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했었는데, 세상에나 그 애를 고3까지 좋아했었다. 이걸 좋아함이라고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엄마들끼리 단짝이다 ㅋㅋㅋㅋㅋ
#3. 두번째는 대학 입학 후 어쨰어째 2년정도 사귀는 느낌이 들었던 일본인 여자친구였다. 뭐랄까 늘 덜렁거리는 나였는데 걔가 외국인이다보니 챙겨줄 수 있는 게 많았다. 내가 누군가를 돌볼 수 있다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지만 정말 걔를 이성으로서 좋아했는지는 모르겠다. 아팠을 때 돌봐주고 싶고 힘들어하면 챙겨주고 싶었지만 나 자신이 걔한테 바라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육체적으로 다가오려고 하면 도망갔다...(하루는 걔가 취해서 나보고 업어달라고 전화를 했는데...업혀오면서 나보고 고자냐고...그랬다...)
#4 그러니까 사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이렇게 미워하고 좋아하고 정신을 못 차리는 건 지금이 처음이다. 옆에서 관찰 중인 여동생은 겁나 신기해한다.
#5 그래서 이제 알게 되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하고 얼마나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며, 나 자신을 더럽힐 수 있는 마음인지. 내 안에서 일반화와 혐오가 이렇게나 솟아날 수 있다는 것을.
#6 일일이 반격하고, 논박하고, 감정과 괴리가 있을 때마다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혐오에 물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미워하고 싶어서 이유를 만들게 되기 때문이다. 확실하지 않은 것을 확실한 것처럼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상대를 단순화시켜서 미워하거나 좋아할 대상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 이것은 전쟁이었다.
#7. 지금은 마음이 일어나도 "아 이 패턴이구나"하고 알게 된다. 반박할 필요가 사라졌다. 이제 내려놓는 연습을 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Ie6pPd06__Q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