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로 해요 모이 조회수 27 2018-09-11 11:41:10 |
시작이란 말 참 좋은 말인데 저한테는 늘 두려움인 단어였어요 시작하고 나서 곧 고꾸라질 게 뻔했으니까 제가 원하는 대로 할 수가 없었고 이유를 알 수 없어서 결국 자기 원망으로 바뀌었으니까요
제 첫 기억부터 저는 제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아직 모르지만 분명 답이 있을거라고 믿고 있었어요
계속 답을 찾던 와중에 소개 받은 병원에서 보게 된 성인 adhd 책자,포스터. 이상하게 눈에 자꾸 들어오더니 어느 날 자던 새벽 눈이 번쩍 떠지면서 여태 모아왔던 퍼즐 조각이 조각 조각 다 맞춰지면서 내가 adhd구나 알게 됬어요.
급하게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어요 제가 adhd인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는 adhd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하셨지만 일단 해보자고 하셨고 특정 숫자가 나오면 오락기 버튼처럼 생긴 것을 누르는 검사였는데 긴장한 탓인지 순간 시야가 아득해지면서 그 쉬운 숫자 3을 여러 번 놓치고 나서 다시 자각했어요 역시 난 adhd가 맞는 거 였구나.... 십몇년을 찾아 헤맨 답을 찾아서 기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좌절감도 들었어요
검사 결과를 듣고 혼란스러운 맘에 거리를 걷다가 집에 도착하니 생로병사의 비밀 성인 adhd편이 방송되고 있었어요 왜 진작 해주지 않았나 왜 난 여태 몰랐을까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너무 비참했고 바보가 된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몇주가 지속됬고 저는 약 부작용으로 인한 식욕부진, adhd, 개인적인 일들로 인한 스트레스로 2주에 6kg가 빠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죠 이러면 안된다고 그래도 이제라도 안게 어디냐 해보자 시작해보자 그이후로 흘러 흘러 에이앱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에이앱만 오면 따뜻하고 포근한 기분이 들어요 글을 읽으면서 위안을 받고 힘도 얻어요 제가 많은 걸 할 수는 없지만 제가 받았던 걸 나누고 싶어서 에이앱 블로그 신청을 하였습니다.
사실 꾸준히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몇 달 간 블로그 입주 신청을 노려보기만 했었어요 근데 adhd 알게 된 후 노력을 많이 했더니 그 짧은 몇개월 동안 제가 많이 바뀌었고 많은 좋은 습관들, 긍정적인 생각 등을 얻게 되어서 이렇게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adhd인 것보다 그걸 받아들이고 나를 마주하는게 더 두려웠어요 사실 전 평생 adhd 특성을 가지고 살았었으니까요 이제 에이앱 블로거를 시작하면서 제대로 저를 마주보려고요
물론 쉽진 않겠지만 제가 계속 바라오던 일이니까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우리 다같이 시작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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