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타27 4일차]세번의 위기 파이 조회수 51 2018-10-11 00:59:59 |
하루종일 공부하면서 3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첫째는 오전에 빨래 말랐는지 확인하러 밖에 나갔다가 강제로 물청소 한 일이다.
어떤 사람이 건조대 다리 부분을 플라스틱 통으로 고정시켜뒀는데 바람이 세게 불면서 엎어지고 말았다.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빨래를 걷으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올라왔다. 무슨 냄새인가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플라스틱 통이 깨져서 간장 같은 것이 흘러 나오더라. 10초정도 멍때리고 있다가 그제서야 상황파악을 하고 청소하기로 했다.
내가 방치한채 떠난다면 누군가는 치워야할 일이고 그 누군가는 연로하신 주인 집 할머니께서 치우실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내가 청소하기로 했다. 옥상에 있는 마대걸레와 긴 빗자루 물이 담긴 양동이를 들고 청소했다. 오랜시간 청소를 끝마치자 그제서야 플라스틱 통을 가져다 놓은 분이 옥상으로 올라오셨다. 도대체 왜 그걸로 고정하려고 했던걸까? 이해가 안됐지만 본인도 그게 깨질 줄은 몰랐으리라. 모든 행동을 마치고 플라스틱 통을 치우다가 통에 붙여있던 스티커에 붙여진 이름을 발견했다. 그제서야 그 고약한 냄새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까나리 액젓.
두번째는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왔는데 엄청나게 큰 바퀴가 침투한 것이었다. 그 녀석을 생포하기 위해 휴지를 찾으러 움직이자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는지 매우 빠르고 무서운 속도로 침대 밑으로 돌진했다. 젠장 하필이면 침대 밑이라니. 이 침대는 수납형 침대였는데 문제는 침대의 밑틈이 매우 좁다는 것과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매우 한정적이어서 바퀴가 벽쪽에 붙어있지 않다면 도저히 잡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참을 어찌할 줄 모르다가 바퀴가 벽에 붙어있기를 바라며 일단 침대를 옮겼다. 이윽고 틈이 만들어지자 청소기에 좁은 구역을 청소할 수 있는 헤드로 갈아끼워 왼쪽 벽부터 오른쪽 벽으로 스캔하기 시작했다. 육안으로는 바퀴가 보이지 않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청소기가 벽의 중간쯤에 도달하자 어디선가 바퀴가 다시 튀어나왔다. 나는 잔뜩 긴장한채 바퀴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여기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곧 네놈의 조상님을 만나게해줄터이니 조상님께 기도나 올리고 있거라. 그러나 바퀴는 조상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청소기 바퀴보다 빠른 속도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나는 탄식을 내뱉으며 좌절했다. 신은 어찌 바퀴를 낳으시고 또 청소기 바퀴를 낳으셨는가. 인류의 최첨단 기술은 그렇게 자연의 섭리에 굴복하는 것으로 보였다. 전투에서 패배한 패잔병마냥 터벅터벅 작전지역에서 철수하고 있었는데 반대편 벽쪽에서 벽을 기어 오르려는 바퀴의 모습이 포착됐다. 두번의 실패는 없었다. 그 녀석은 결국 통곡의 벽에서 기도를 마친채 청소기 속 블랙홀로 사라지고 말았다. 바퀴와의 혈전 끝에 노곤해진 나는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나서 공부를 하려고 시계를 보니 아뿔싸! 1시간이 훌쩍 증발한 것이었다. 블랙홀에 빠진 것은 바퀴만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청소기는 바퀴를 이겼지만 나는 바퀴에게 졌다.
셋째는 약효가 끝나고 나서 방심한 틈을 타 호기심이 치고 들어왔다. 약을 먹으면 성욕이 감퇴된다는 애기가 있던데 그것이 과연 사실일까? 호기심에 빠진 나는 그것을 증명해보기로 했다. 곧바로 살색이 난무하는 영상을 검색해봤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세번의 위기에서 나는 세번 다 극복하지 못했다. 첫번째 위기를 제외하고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던 것들인데 너무 방심하고 말았다.
다음번에는 기필코 이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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