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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02
Level 4   조회수 34
2018-11-03 00:33:07
#1
점점 미쳐가는 것 같은데 병원에선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
아주 사소한 트리거로 좋아했던 사람이 떠오르면, 하루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극도로 집중해야 한다.
이마저도 컴퓨터가 옆에 있다면 무조건 실패한다.

요즘은 컴퓨터를 쓰고 있지 않기 때문에,
또 서면에 있는 학원에 가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는 수월하게 마음 지우기를 해내는 편이다. (장소가 바뀌니까 하루에 14시간씩 순공하고 있다! 미쳤나봐!!)
사실 지우기보다는 무시가 맞다. 결국 빠르든 늦든 터지니까.
한달에 한번씩은 터지는 것 같다. 빈도가 많이 줄었다.

#2
평범한 짝사랑자 1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니다.
터지는 게 아주 심상찮은 형태로 터지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라면 기회라고 여길 상황에서 늘 고꾸라져왔다.
남들이 당연하게 해내는 것을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딱히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걸 비교적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왔다.
처음 겪었지만, 내가 그렇게 다른 사람들보다 못하다는 게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사무치는 일이다.
예전엔 슬플 뿐이었지만 요즘은 주변 사람들에게 화가 난다.

그들이 가지고 있고 나에게 없을 뿐 그들이 빼앗지 않은 것을,
자꾸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빼앗겼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시험해보지 못한 여러가지 길이 그들에게는 있었을 테니까.
그들은 보다 수월하게 일을 하고, 자립된 인간으로서 좀 더 길게 보고 행동할 수 있었을 테니까.
걔들이라면 이 상황에서 나처럼 무능하지 않을 텐데.
진작에 정착해서 진작에 다음 단계로 나아갔을 텐데.
왜 나에게만 이런 과정이 있을까...에서 너네들 다 미워!로 가는 과정이 불가사의다.
화를 참지 못하면 범죄가 될 것 같기 때문에 심상찮다.

#3

성공에는 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adhd가 큰 방해란 것은 분명하다.

친구들이 그런 '운적 요소'란 없는 것처럼
'하면 된다' 식으로 일터에서의 이야기를 하면
나는 당장 직장이 없는 것보다 그들의 그런 긴 다리가 부럽다.
일을 할 때면 꼭, 나는 투명한 장애인이 된 기분이다.
이런 이야기를 그들에게 하면 다들 "나도일은 못해!"라고 한다.
"하다 보면 괜찮아져!"
나도 10년쯤 일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여러가지 의미에서.)
그러려면 안 짤리는 자리에 가야 하고...ㅜ

#4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망상은 이렇게 여러가지 상념들을 거치면서 극단적인 열등감이 되는데,
이 괴물은 내가 나인 탓으로 누릴 수 없는 세상의 좋은 것들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고 싶어한다.
근처에 있는 다른 '재능있는' 사람들을 때리거나, 그들에게 화라도 내고 싶은 기분에 시달리게 한다.
그러면 나는 혼자서 온갖 찌질한 상상들을 다 하면서 자기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고,
자해한 주제에 가해자를 찾는다.

사실 짝사랑은 열등감의 가장 강한 트리거일뿐 유일한 트리거는 아니다.
그래도 계속 사랑 문제인 것처럼 써야지.

#5
아무말에는 마치 그분이 단적으로 나쁜 것처럼 써 놨지만 사실은 모를 일이다.
@특유의, "비누막으로 세상과 단절된 듯한" 감각 때문에 나에게는 매사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과관계야 이어붙이기 나름이고, 제대로 대화를 해 볼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에.
특히나 나는 지금 너무 비이성적인 상황이라 판단을 유보할 필요가 있다.
계속 판단을 유보할수록 더 괴롭게 비이성적으로 변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지만.
너무 고통스러워지면 가끔 그렇게 단적으로 쓴다. 개새낑

이제 헛소리를 마감해야겠다.

근데 그분이랑 같은 공간에 있었던 다른 분 앞에서
"어휴 진짜 요새는 연애하고 싶어요 ㅠㅠ"
라고 했더니 그분이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요?"
하고 대답하셨는데...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ㅋㅋㅋ
아직도 궁금하다.

#6

나만 없는 게 있고 그게 나름대로 고통스럽기도 하고,
여러모로 자신감이나 연애전선이나 상황파악에 무지막지한 장애가 되긴 해도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내가 나라서 좋다.
여전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이렇게 글을 씀으로써 엉킨 감정의 실타래를 없앤다. 내가 나 스스로 이걸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이다.

#7

빨리 마음이 끊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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