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걸 할 수 있다는 것 1 홀랑 조회수 116 2018-11-01 11:56:25 |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니?'
맞는 말입니다. 근데 하기 싫은거, 어떻게 하세요?
억지로 한다, 죽지 못해 한다, 안하면 나랑 내가족 내새끼 굶으니까 한다......
반박할 수 없는 이유들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저는 제법 적절한 이유로도 어떤 일들을 끝까지 전혀 할 수 없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지요.
'왜 못해? 하면 누구나 다 해. 하기 싫은 거지.'
네. 하기 싫은겁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제 마음을 거스를 수 없는 듯 합니다.
물론 제가 하루에 하는 모든 일이 백프로 하고 싶은 일이여서 하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하는 것도 몹시 귀찮은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곧바로 뒤따를 개운함이라는 보상이 머리에 박혀있기에 어렵지 않게 합니다.
하지만 '죽지 못해' 하는 그런 일, 저는 '죽지 못해서' 어떤 일을 하지는 못하겠습디다. 아, 뭘 아냐고요. 꽤 많이 압니다. 죽지 못해 하다가 정말 반 죽어 봤거든요.
그것은 오래전 일입니다. 하지만 그 후유증이 나은지는 얼마 안되었습니다.
막노동을 했냐고요, 젖먹이 키우면서 회사 다니면서 야간대학까지 다녔냐고요? 아니요. 별거 아니였습니다.
십톤 트럭이, 채 둥글어지지도 못한 거친 바위, 돌들이 박혀있는 완전한 비포장 도로를 미친듯이 질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트럭 뒤에 매인 밧줄 한가닥에 묶여, 그 바닥과 속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기분입니다. 곧 제 살이 파이고, 피가 터지고, 뼈가 드러납니다. 트럭은 영영 내달리고 있습니다.
그 별거 아닌 평범한 일들이 저에게 약 사년 간 준 감상은 이런 것입니다.
교도소나, 아니면 온몸에 뼈가 으스러져서라도 병원에 한 일년 쯤 입원하고 싶다.
이것 또한 그 당시의 감상입니다.
일년의 하루 하루를 세는 기분도 알고 있어요. 저 역시 알고 싶습니다. 그 별거 아닌 일들을 하는 중에, 이런 고통은 어디서 온 것인지. 별거 아닌게 아니라고 항변하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로, 전 왜 이다지도 아픈가요? 뼈를 깎는 고통 같은거 느끼기 싫어요. 다시 방구석에 틀어박히기도 싫고요. 다시 책을 쳐다보기도 싫어지기도, 사람 눈을 보는게 끔찍해지기도, '사는게' 아닌 '살아있는 것 자체' 가 힘겨워지기도 싫습니다.
우린 태어난 것으로, 무슨 짐이 이다지도 주어진 것일까요. 그렇다면 짐이 삶에 비해 과다한게 아닐까요? 손해보는 장사를 하느니, 장사 때려치는게 맞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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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걸 adhd의 중요한 특질 중의 하나로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최근의 연구는 adhd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수많은 증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adhd 환자가, 누군가에 의해 흥미를 주입 당했을 때가 아니라, '그들에게' 정말로 흥미로운 것을 접했을 때, 그 인식은 - 의식중에서든 무의식중에서든 - 순식간에 뇌의 화학적 변화를 일으킵니다.
"adhd의 동기부여의 비밀, 풀리다", 박사 토마스 E. 브라운.
어때요? 흥미롭죠? 다음편은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바로 그 문제, adhd의 동기부여에 관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옮겨 보겠습니다. (출처 역시 다음편에 옮기는걸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adhd의 누명이 풀리는 그날까지...
함께해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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