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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글을 남겼던 게 몇 개월 전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걸 보면, 시간이 상당히 지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글을 썼던 기억이 굉장히 더운 여름이었고 지금은 코 끝에 스치는 바람마저 차가운 늦가을이니까.
그동안의 근황에 대해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몇 달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말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원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마냥 항상 스펙타클한 일상이 펼쳐지는 게 ADHD의 일상이라지만, 유난히 나에겐 그 말이 더 잘 들어맞는다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
- 우선 지난 여름에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는 맘에 너무 들떠 있었는데, 그 일은 갑자기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취소가 되었다. 그리고 너무 허무하게 그 일을 접게 되었다.
- 지금 일하고 있는 일은 전에 일하던 것과는 어느 정도의 업무 연관성은 있는 일이다. 다만 상당히 다른 부분도 있어서 적응을 하느라 좀 애를 먹긴 했다. 그래도 지금은 여기서 일한 지 어느덧 3개월이란 시간이 지나갔고, 무리없이 잘 정착해가고 있다. 심지어 업무 프로세스를 다른 사람보다 빨리 익힌다는 말도 들었다. 이런 일은 약을 먹은 후로 처음 겪는 일이라 사실 좀 얼떨떨하긴 하다.
- 약 용량을 약간 더 늘렸다. 예전에는 콘서타 36mg만 먹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느 정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다 보니 메디키넷 10mg를 추가했다. 사실 처음에는 오전에 콘서타를 먹고 오후에는 메디키넷을 열심히 먹었는데, 요즘은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있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메디키넷이 없어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그래서일까? 요즘 메디키넷이 줄지를 않는다. ㅋㅋㅋ 그래도 열심히 챙겨 먹고 병원에 가기로 의사선생님과 약속했다. 다른 건 몰라도 나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울 의사 선생님과의 약속은 꼭 지키고 싶다.
- 에이앱 멤버들과 스터디를 시작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단점이 끝마무리를 잘 못한다는 것이지만 그런 우리가 개인 플레이를 하는 것보다는 환자들끼리 모여서 스터디를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다. 처음에 시작했던 게 한여름이었고 끝나는 건 3개월 정도 잡고 9월이나 10월쯤으로 예상했지만 함께 모이는 날을 맞추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다. 그래도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함께 끝까지 마무리를 지어보기로 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뭔가를 해 가고 있는 우리, 충분히 멋지다. 연말까지가 되더라도 꼭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 중국어 학원에 등록했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거라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몇 마디 해 보시더니 대뜸 가장 높은 반으로 배정해주셨다. 수업에 나오는 학생은 나 포함해서 총 세명인데 읽기에서 종종 막히는 나와는 다르게 다른 두 분은 정말 잘 하셔서 긴장이 바짝 된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내년 초쯤에는 HSK 6급을 꼭 따야지.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정말 하고 싶은 걸 우선순위로 매기고 조금씩 나 다운 내 인생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 시작이 중국어학원에 등록한 일이 아닐런지.
내 인생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