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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ADHD임을 알게 되기 전
   조회수 31
2018-11-25 21:28:07
어릴 때부터 학교 수업에 집중 못하고

수시로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걸 주체할 수가 없었던 것이

성인이 되고 나서도 고쳐지지 않았으며,

 

대학교 진학의 경우엔 친구따라 수시를 써서 붙은 것이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집에서 엄청난 구박을 받았을 테지만

그마저도 중퇴로 (아버지 말로는) 낙오자 신세.

 

 

내가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는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1. 흥미있는 것에는 너무 깊이 빠져든다.

(그것이 일이나 공부였던 적도 있고, 운동이나 살을 빼는 것, 음주나 먹는 것도 포함되었다.)

2. 끝맺음을 잘 못한다.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 주어진 시간이 짧은 경우 다른 사람들 보다 빨리 끝내는 편이나

시간이 길고 절차가 복잡해지면 처리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3. 단체생활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 이탈하고픈 충동이 일어난다.

(학업 중단과 잦은 이직의 원인이나 이것이 내 본래 성향인가 싶을 정도라서

ADHD와의 연관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직생활의 부담이 덜한 일 중에서 기술을 배우는 쪽이 낫겠다 생각해서 뛰어들었는데

건설현장 일용직 일에서조차 단순한 일이라면 모를까

기술을 배우고 그 것을 바탕으로 일을 하려면 결국 관계를 갖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이곳저곳 방황하다 지인이 불러준 곳에서는 2번의 문제로 자신감마저 결여되고

지인과의 사이도 멀어졌다.. 고 하기엔 내 스스로가 등을 돌린게 맞는걸 지도 모르겠다.

 

 

다행히도 운이 좋아 얻게 된 새 직장.

이곳에선 이전보다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업무 절차와 유기적인 팀워크를 필요로 했다.

 

어릴 적엔 하다 안되면 얼마든지 다른 일 구하면 될거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어린 친구들과 경쟁할 수 밖에 없고

사회의 문턱은 내게 조금씩 높고 좁아들고 있었다.

 

새로운 곳에서 만난 고마운 인연들과 다시 시작해볼 수 있는 기회.

이 곳을 계기로 삼아 어떻게든 남들 사는 만큼이라도 살아가고 싶었다.

나의 성향이 어떤지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까 고민해도 답이 없던 차에

성인ADHD를 접하게 되어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받고나서 드라마틱한 인생의 변화를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을 먹지 않았을 때 바로 찾아오는 본래의 내 모습을 맞닥뜨리게 되니

참 바보같은 생각을 했다는걸 깨달았다.

 

그도 당연한 것이 약으로 모든게 달라질 수 있었다면 이런 공간이 있을 이유도 없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보니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힘겹게 버텨내고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는 지금

천천히...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려 노력하고 작은 변화에도 감사해야겠다.

 


끝이 닳아버린 교복을 보며
너도 많이 야위었다 힘겨워 하던 밤
불안한 잠에 지친 얼굴을 보며
나즈막히 숨죽여 너를 부르던 밤

 

끝도 없는 시험속에 살고 있지만
그렇게 작은 일에는 서럽게 눈물 짓지마
구속같은 이 시간을 벗어 나오면
새롭고 낯설은 딴 세상일거야

 

문을 열어 저 어둡고 사납게 거친 하늘을 봐
아무도 도울 수 없어 나 혼자 일어서야해
지금보다 더 힘들고 불안한
삶의 표적들이 내게 다가와
잊지말아 이 푸르름의 날들을

 

끝도 없는 시험속에 살고 있지만
그렇게 작은 일에는 서럽게 눈물 짓지마
구속같은 이 시간을 벗어 나오면
새롭고 낯설은 딴 세상일거야

 

문을 열어 저 어둡고 사납게 거친 하늘을 봐
아무도 도울 수 없어 나 혼자 일어서야해
지금보다 더 힘들고 불안한
삶의 표적들이 내게 다가와
내 앞에 저문을 열어

 

어둡고 사납게 거친 하늘을 봐
아무도 도울 수 없어 나 혼자 일어서야해
지금보다 더 힘들고 불안한
삶의 표적들이 내게 다가와
잊지말아 이 푸르름 날들을

 

이소라 - 순수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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