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이라는 구원 1 홀랑 조회수 115 2018-12-26 13:24:53 |
내가 남들과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아마 성인이 될 무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들과 다름으로 인한 괴로움은 훨씬 이전,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부터 시작되었다.
그때는 내가 왜 그런 취급을 받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내가 보이는 건 바닥도 천장도 왼쪽도 오른쪽도 없는 암흑 뿐. 또래 친구들은 시야에 아무 이상이 없는 듯 했다. 그들은 나는 아무리 해도 볼 수 없는 길을 요리조리 잘 다녔고, 암흑뿐인 나는 남들과 다른 말과 행동으로 비웃음을 샀다.
나는 그 느낌을 이렇게 비유한다. 마치 귀신이 필사적으로 몸을 숨긴 산 사람의 체취를 맡아내어 찾아내는 듯한. 산 사람은 마스크를 뒤집어 쓰고, 그 위에 목도리를 칭칭 두른 채 비좁은 틈에 몸을 구겨넣고 있다. 그에게서 빠져나오는 숨이란 그야말로 미미할 것이다. 그래도 귀신들은 본능적으로 그들과 다른 그 숨 냄새를 감지해낸다. 그리고 바깥으로 끄집어내어 그를 공포에 질리게 한다.
내가 어딘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특히나 겁에 질렸을 때 - 그러니까 거의 항상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마치 남들 모두 갖고 있는 한 감각이 없는 것 처럼. 예컨대 냄새를 못 맡는다던지. 그래서 나는 냄새에 관련된 그 어떤 정상적인 사회적 반응을 할 수가 없는거다. 그들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하고 표정을 짓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러니 나의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 너절하게 짓밟힌 휴지 조각 같았던 것은 어떤 의미에서 당연했을 것이다. 나는 머저리, 등신. 어리버리하고 모자란, 비천한 존재. "비천하다" 는 표현이 몹시 적절하다. 그런 감각은 마치 인도에 존재했던 카스트 제도만큼이나 분명했다. 나는 명백한 "불가촉 천민" 이었던 반면, 어떤 목소리 큰 아이들은 "브라만" 계급이었다. 그들은 나와 입는 옷, 가방, 머리카락, 뱉는 숨 마저도 본질적으로 우월했다. 나는 언제든지, 어떻게든 함부로 대할 수 있다고 비밀리에 공인된 존재였다.
그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만큼이나 괴로웠던 것은 바로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나도 당연히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이상하게 들리는지 안다. 친구들이잖아, 같이 친하게 놀면 되지. 그런데 나는 왜 항상 멸시받고 비웃음을 살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없었다. 그때는 adhd의 a 자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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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진단이란게 어떤 의미인지 되짚어 보고 싶었습니다. 동기부여 글 2편은 새로 산 노트북으로 쓰게 될 것 같군요! (머 그래서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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