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15 새벽에페니드 조회수 23 2018-12-15 23:55:31 |
#1.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모레아 기행』에서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스의 얼굴은 열두 번씩이나 글씨를 써넣었다가 지워 버린 팰림프세스트이다. 석기시대, 에게 해 시대, 미케네 시대, 도리스 중간시대, 고전시대, 헬레니즘 시대, 로마시대, 비잔틴 시대, 프랑크족의 침략기, 터키인의 강점기, 1821년의 그리스 독립운동기, 현대." 그럼 어디 한번 따라해 보자.
한반도의 얼굴은 열두 번씩이나 글씨를 써넣었다가 세초(洗草)한 한지다. 석기시대, 고조선 시대,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후삼국시대, 고려시대, 몽골 간섭기, 조선시대, 대한제국기, 일제 강점기, 1919년부터의 본격적인 독립운동기, 현대. 열두 번이라는 회수까지 일치하는 것은 내 안의 그리스 뽕 때문인가? 그렇겠지? 쭈욱 살펴보면 반도의 운명이 많이들 이러한가 싶을 정도로 유사한 부분이 많다.
#2.
어제오늘 이틀간 리영희의 『대화』를 읽었다. 당연히 어떤 저자든 한 권의 책만으로 저자의 전모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나름대로 찾아보고 읽으면서 나는 이에 대한 평가 자체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 이보다 쟁점적인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베트남 전쟁』등 쟁점적인 저작의 수도 수였거니와, 저자의 생몰년(1929~2010)에서 알 수 있듯, 한 시기를 충실히 살았던 지식인의 뿌리는 시대의 피로 젖어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상의 은사, 종북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리영희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함석헌, 백낙청, 이어령, 김대중과 노무현을 이어 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진실로 리영희는 정말로 리영희 한 사람이 아니다. 리영희는 살아온 시대에 비해 반미만큼이나 반일하지는 않는 사람인데, 어떻게 말해야 할까? 같은 시대에 정말 뚜렷한 반일 행로를 보였던 장준하는? 여운형은? 그래, 좌에 대해서도 그렇다. 좌를 미워하지는 않되(여운형) 가까이하지도 않았던 김구는? 아 정말 김구는 리영희를 싫어했을 것 같은데. 김구가 사망하던 1949년에 리영희는 그냥 중학교 선생님이어서...
알쓸신잡 귀요미 유시민은?
얽힌 실을 끊어버리면 맥락이 없어지고, 그 모든 실들을 한 번에 들어올리면 더욱 엉킬 뿐이며, 그래. 실은 실이다- 하고 끝내기에는 실에 엉킨 피떡진 상처가 있어서...
#3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외국인과는 달리 그리스인의 그리스 여행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스의 문화는 피로 젖은 뿌리에서 핀 꽃이라던가. 어느 장소에서건 흘려진 피가 있다는 뜻이겠지. 그야말로 전 국토가 전쟁터였고, 일본에 학대받았으며, 민주화의 투쟁지였던 이 나라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알쓸신잡 보면 자주 나옴)
...뽕은 빨리 접어야 한다. 책 한권 잘못 읽어서 어제오늘 효율이 이게 뭐냐...
#4
유시민 진짜였어...
유시민(작가)
"나는 리영희 선생처럼 살고 싶었다. 소신껏 글을 썼다는 이유로 공안기관 지하실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는 것이 두렵기는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사는 것을 꿈꾸었다. 언론의 자유가 신문사 사주의 독점특권이 되고, 언론사가 사회의 목탁이 아니라 세습권력이 되고, 기자가 언론인이 아니라 기업의 직원처럼 행동하는 시대가 되고 보니 (선생의) 글이 더 귀하게 다가온다.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리영희 선생은 말한다. 진실, 진리, 끝없는 성찰, 그리고 인식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신념과 지조, 진리를 위해 고난을 감수하는 용기, 지식인은 이런 것들과 더불어 산다. "성찰을 게을리하면서 주어진 환경을 핑계 삼아 진실을 감추거나 외면하지 않았느냐? 너는 언제나 너의 인식을 바르게 하고 그 인식을 실천과 결부시키려고 최선을 다했느냐?" (이 질문 앞에) 부끄럽다. 당당하게 대답할 수가 없다. '사상의 은사' 앞에 서는 것이 정녕 이토록 두려운 일인가." #5
정말로 읽고 알아보고싶은 글들이 많은데... 공부가 당장 상전이지...
전쟁이 지나가면 서로 이겼노라 했다. 형제 쌈에 서로 이겼노라니 정말 진 것 아닌가? 어떤 승전축하를 할가? 슬피 울어도 부족한 일인데. 어느 군인도 어느 장교도 주는 훈장 자랑으로 달고 다녔지 '형제를 죽이고 훈장이 무슨 훈장이냐?' 하고 떼어던진 것을 보지 못했다. 로자는 전쟁에 이기면 상례로 처한다 했건만. 허기는 제이국민병 사건을 만들어내고 졸병의 못 밥 깍아서 제 집 짓고 호사하는 군인들께 바래기가 과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라의 울타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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