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05 손을 놓는 타이밍 새벽에페니드 조회수 26 2019-01-05 13:44:22 |
#1. 유격훈련때 암벽에서 강하훈련을 했다.
어지간한 유격장에는 그런 훈련장소가 없었는데 하필 내 떄 간 화산유격장에는 그딴 게 있었다.
현장 간부가 저건 원래 2준가 3준가 단계별로 훈련을 밟은 뒤에 쓰는 거라고 했지만
대대장이 '인명사고가 나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강행했던 것이다.
... 아니 니가 어떻게 죽음을 책임지냐...싶었지만 뭐...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보고 우리도 저런 일본군같은 카미가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던 사람인데 뭘 기대할까.
햔 손으로 줄 끝을 비틀어 잡아 등에 대고 나머지 줄 하나로 암벽을 내려가는데 다리가 덜덜 떨렸다.
밑에서 사람 떨어질 때 완충하는 장치를 놓고 기다리는 간부가 너무 작아 보였다.
그래서일까, 뒤로 줄을 잡은 손 말고, 앞에 손을 놓아야 주루룩 내려가는데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좀 우스꽝스럽게 내려가는 바람에 엄청 털렸지만 그냥 살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2.
지금이 손을 놓아야 하는 타이밍인데 놓을 수가 없다.
놓아야 내려가는데 말이다.
매일같이 중요과목을 파다 보면 하루 공부시간이 끝나 있다.
싫고 잘 알지도 못하고 납득도 안 가는 컴공계열 선택과목에 투자해야 하는데 못해도 하루 일곱시간은 해야겠는데
중요과목도 하루하루 유지하지 않으면 잃어버릴까봐,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도 모르겠는 애매모호한 저점수대로 떨어질까봐 너무 무섭다.
계획표는 분명히 손을 놓으라고 하는데, 나는 놓을 수가 없다.
이럴 때 군대시절을 떠올리고 자부심을 되새기며 전진해야 하는데 내 머릿속 군대 인상은 그냥 불합리. 불합리. 불합리라서.
자부심은 머그컵 사다 준 게 10배쯤 자랑스럽다. 그리고 나 좀 제발 카톡 친구에서 지워주면 안 되겠냐 대대장님.
#3.
결국 이 글을 쓰는 것은 손을 놓으려고 쓰는 것이다.
하루 공부에서 선택과목을 먼저 시작하는 불안감!
하지만 "당신은 왜 떨어졌습니까?"라고 나중에 누가 묻는다면
"선택과목 때문이오."
"다른 이유가 없단 말입니까?"
"아니요, 다른 이유도 있지만 대강 선택과목 때문이오."
깨알같은 오/요 복습
하고 대답할 것 같아서... 마치 이런 상상이 과거의 나로부터의 메세지 같지 않냔 말이다.
자 그러니까 빨리 선택과목만 6시까지 달리자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