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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기 전에 기억하기(2019.01.04)
Level 10   조회수 26
2019-01-04 10:04:30
어제 밤에는 미국애를 만났는데 미국애라기보다는 유럽애같았다. 키가크고 머리가길었다. 명상과 클라이밍을 한다는데 걔도 뭔가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것 같긴했다. 세상에는 정말 문제없는 사람이 없다.. 근데 그런 것 치고 너무 전형적인 남자애라서 놀랐다. H를 만나고 나니 이제 전형적인 남자를 보면 깜짝 놀라는 것이다. 위스키를 너무 많이 마셔서 속이 안좋다. 아니면 중간에 맥주를 마셔서 그런가.. 발렌타인 어쩌구 하는 위스키는 향긋하고 맛이 좋았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쩐지 H가 더 생각났다.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이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너무 괴로웠고 외로웠고 슬펐다. 이때 H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와 같이 부질없는 생각들을 계속 했다. H는 움직임 하나 하나가 신중했던 것 같다. H는 향이 좋은 술을 마시기 전 눈을 감고 숨을 한껏 들이마시면서 음미한다. 나도 이제 그렇게 한다. 술 이외에도 그냥 좋은 향을 음미할때 그렇게 하면 향에 온전히 집중할수 있다. 향이 뇌를 띵 때릴때는 눈이 파르르 떨리기마저한다. H는 그걸 오르가즘이라고 표현했던 것 같은데. 오르가즘보단 ecstasy에 가까운 것 같다

나는 겁이 많다. 내가 잘 모르는것들을 무서워한다. 나는 나를 믿기가 힘들었고 H를 이해할 여력이 없었다. 나를 모르고 상대도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방과 깊은 상호작용을 하는 일은 나를 두렵게만든다. 방법을 찾기가 힘들었다. 좀 더 날카로운 정신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새해의 목표는 약간 이런 느낌이다. 차분하고 날카로운 상태 유지하기

H와 같이 보낸 시간들을 떠올린다. 지금 생각해도 H가 좋다. 싫어서 헤어진게 아니니까 당연하지. 나는 계속 기억의 조각조각을 짜맞춰서 H를 떠올릴것이고 내 기억속 H는 계속 재구성될텐데 이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귀기 전에도 이랬던 것 같다. 짧게 입력된 기억들을 짜맞춰서 되내었더니 내 기대속의 H와 실제 H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멍청하고 겁이 많으니까 어쩔 수 없다. H의 얼굴을 가끔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내 머릿속 H와 실체가 너무 달라지지 않길 바란다

맥세이프가 또 고장났다. 일년도 안 쓴것 같은데.. 짜증난다. 관리를 못한 내가 문제겠지.. 이제는 돈을 정말로 그만 써야한다. 술도 그만 먹고 계란같은거나 먹어야지. 군대에서 H가 그랬던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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