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파이 조회수 20 2019-01-01 08:46:24 |
망각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선물을 받고 싶지 않다.
가능하면 정중하게 사양하고 싶다.
요즘은 무언가를 자주 잊어버린다.
책도 영화도 분명 본 것들인데 내용을 잊어버렸다.
심지어 내가 ADHD라는 사실도 잊어버린다.
기억을 잃고 싶지 않은데 자꾸 뒤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나이가 들어서 기억이 시들해지는 것일까.
기억이 시들해져서인지 모든 일에 흥미가 시들해진다.
흥미가 시들해지니 삶도 시들해진다.
그러나 시들어간다고 삶을 포기할 수는 없다.
꽃은 시들어도 꽃이다.
나는 시들어도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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