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 새벽에페니드 조회수 29 2019-01-12 17:12:29 |
#1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겪는 고통이 있다.
그것은 아는 기출문제를 틀리는 고통이다.
심지어 그 문제가 처음 풀 때 맞혔던 문제라면 고통은 더 심해지는데,
이런 대개의 문제에 있어서 일반적인 해답은 문제를 중시해서 괜히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해야 하는 오늘의 공부를 하는 것이다. 한번 더 본다거나, 밑줄을 쳐 둔다거나.
그러나 그 해답은 adhd에게는 온전하지 않다.
#2
adhd가 겪는 고통들은 보통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야기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누구보다는 집중력이 약하거나
일과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힘들기 때문에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어?"
하고 위로인듯 날카로운 말끝을 adhd에게 돌린다.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고
우리가 우리를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남들과 같은 노력으로라면, 우리는 내일도 늦잠을 잘 뿐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정시에 자려는 노력에는 반드시 멜라토닌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내가 안이했음을 인정해야 하겠다.
만 문제가 넘는 문제를 풀었어도 나는 실수한다.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온전한 해결책일지도 모르지만
문제를 많이 회독하고 지식을 머리에 넣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가
adhd 수험생인 나에게는 있다.
#3
문제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그것은 그날 아침 최초로, 내가 풀어본 적 없는 문제를 풀 때, 감이 너무나도 나쁘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다. 그러나 누구나 하듯이 문제를 많이 푸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평소 푸는 문제에 비해서 난이도가 아무리 낮더라도, 정신의 펜촉이 흔들리는 것처럼 어이없이 문제를 틀린다.(옳은거 틀린거 특히)
이건 회독이나, 알고 모르고, 익숙하고 어떻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기에는 너무도 여러번, 이제야 눈치채는 게 나에게 미안할 정도로 여러 번 이 문제를 겪었다.
시험은 오전에 치기 때문에 이 문제에 그대로 스트라이크. (친구랑 시험 치고 문제 해설해주다가 어...? 내가 왜 이렇게 풀었지x3)
게다가 평소에 이 정도라면, 시험장에서는 시험장의 스트레스가 너무나도 강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정신의 촉이 요동치다 못해 잉크가 터지려고 한다.
시험 전날에 잠을 아예 못 자는 경우가 많고, 멜라토닌을 먹고 간신히 3~4시간을 자기도 하기 때문에,
멜라토닌 특유의 잠 덜 깬 미묘한 감각까지 더해져서, 문제는 더욱 극심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나의 문제고, 내가 이 어려움을 알면서 이 길에 들어섰기 때문에,
시험이 백일 조금 더 남은 시점에서라도 나는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지금 할 수 있는 공부를 하자'하는 멍청한 항상심에 속으면 안 된다.
이대로는 안 되는 거다.
필요한 것은 계획된 반복이다.
#4
강구해 본 해결책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10시 10분부터 12시까지의 정신적 환경을 시험과 유사하게 만들어서 인위적으로 고통을 늘리는 것이고 둘째는 그것을 계속 겪으면서 작위적인 극복을 반복하는 것이다. 너무 편한 환경에서 해법을 반복해도 소용없다.
1)12시에 멜라토닌을 적정 정도 먹고 잔다. (1~2mg)
2)8시에 일어나서 바로 찬물로 샤워를 한다.(전듀엽 이러나!!!!)
3)9시 정도에 낮은 집중력의 제물삼아 하프 문제집을 공통과목만 30분 정도 푼다.
*)문제는 항상 풀고 한 번 더 본다.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는 O 틀린 것을 고르는 문제는 X표시를 한다.
4)적시에 페니드(즉발성, 효과시간도 짧기 때문에 부작용도 견딜만함)를 복용하고 10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공통과목 동형모의고사를 푼다.
한국사 15분 국어 20분 영어 25분 시간을 딱 한 시간 준 것은 지옥을 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촉박하게 시간에 신경쓰면서 실수하지 않으려는 발악을 하라고...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지들이 다 최종동형 문제들인데 동형이라기엔 극심해서 20분쯤 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실제 시험이라면 어쩔래? 하는 불안을 일부러 더해야 한다. 불안해하는 데는 자신이 있으니까 열심히 불안해 해 보자.
#5
시각이야 많이 지났지만 오늘부터 시작해보려고 당장 병원에 갔더니(페니드 없음) 문이 닫혀 있었다.
토요일은 한시까지라고 내가 썼자나...? 그래. 기억 못하지.
올라오면서 아버지 사무실에 들러 예전에 받았던 메디키넷을 챙겼다.
...받은 게 8월달이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볼까 싶었지만 인터넷에 괜찮다고 써져 있어도 먹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검색도 안 해봤지만 다 찢어서 버렸다. 그냥 가지고 있으면 내가 먹어버릴 것 같아서.
내일도 휴원이니까 월요일에 가야 한다.
페니드가 어떤 식으로 효과를 보일지 모르니까 3일정도? 받아오면 어떨까 싶지만
이런 문제는 나 혼자서 속단할 수 없지. 의사 선생님이랑 이야기해봐야 한다.
#6
나는 정말, 무조건 이기고 싶다.
친구를 위해서 행동하면서,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행동해야 부모님을 위한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이야 하기도 많이 했지만 실천과 함께해야 말과 행동의 그림이 색을 띠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과하게 하이해지지 않으려고 해야 한다.
#7. 위의 생각들을 정리해서 원래 있던 계획에 덧발랐다.

이런 계획을 짜는 시간이 무의미하고 아까운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가 밀려오지만
지킴으로서 그렇지 않게 해라 나야. 계획하지 않고서 니가 뭔가를 이룰 수 있을 리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