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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 adhd여야만 해요
Level 2   조회수 54
2019-03-11 04:00:17

나의 치료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들이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병원을 알아보거나 치료를 시작하려고 고민 중인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



발견


나는 취업준비를 하던 긴 시간과 첫 회사에서의 시간을 통해

내가 adhd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병원에 가겠다고 마음 먹은 건 두번째 회사에서였다.

그 어떤 업무에서도 익숙하지 못했다.

내가 작업한 문서의 내용도 기억나지 않았다.

입사한 지 반 년이 되도록 회사 주변 식당들의 위치도 늘 헷갈렸다.

회의 내용도 온전히 다 이해하지 못 했다.

문서에는 실수 투성이었고 새벽까지 홀로 야근하는 일이 늘어갔다.

내가 쓴 문서를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무엇이 잘못된 줄 몰랐다.

사원들과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참 암담한 시간들이었다.


학생 때는 학점 외에는 책임질 일도 없었고,

그렇게 나쁜 학점도 아니어서 내가 이렇게 뒤쳐지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의지가 부족하고, 암기에 약한 학생이구나라고 정도 생각했었다.


과제를 완료하려면 비교적 시간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오래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내가 업무적으로 많이

느린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해보니 그것이 베일을 벗은 것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하면 다들 비슷한

반응들이다.


"나도 그래. 나도 약 먹어야 되나?"

"그거 자기 회피야."

"문제에 집중하면 해결되는 건 없어."


믿을 건 나 자신 뿐이었기에 나는 치료하기로 마음 먹고

총 3개의 병원을 찾아갔다.



첫 병원, 약은 지어 드릴게!


첫 번째 병원은 개인 병원이었는데

내가 너무 차분해서 adhd일 수가 없다며

의사도 차분하게 말했다.

나는 조용한 adhd에 대해 언급했고, 아무리 그렇더라도

산만하거나 충동적인 모습이 있어야하는데

젬씨는 그런 모습이 없다며 검사를 일단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는 집중력이 떨어지신다고하니 약을 지어줘 보겠다며 약을 줬다.


그 당시에는 내 의사가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검사지를 받고 그 병원은 다시 가지 않았다.

물론 약도 먹지 않았다.


사실 검사를 해보기 전까지 의사는 확답을 할 수 없기에

중립적인 태도로 말을 하는 경향들이 있다.

그러한 태도가 때로는 환자들을 답답하게 한다.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두번째 병원 - adhd 아니세요 고갱님


나는 두번째 병원을 찾아갔다. 이곳은 대학병원이었고,

성인adhd를 전담으로하는 의사는 없어서

소아adhd를 맡고있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되었다.

내 얘기를 웃는 얼굴로 듣던 의사는 많이 힘드셨겠어요 라는 말과 함께

adhd가 아니라며 일단 검사를 해보자는 말을 했다. 데자뷰인가.


역시나 검사지만 받고 돌아왔다. 검사를 하려니 시간이 맞지 않아서

어차피 불가능했고, 지속적인 치료를 하기에는 멀어서 이 병원도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스킵했다.


이쯤 되면, 나는 adhd여야했다. 반드시.

내가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을 그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고

모든 증상이 @를 향하고 있었으니까.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고, 의지박약이다 자기회피다, 누구나 그렇다고

했지만 그들이 반의 반세기가 넘는 내 인생을 다 살아본 것이 아니기에.



세번째 병원과 첫 검사


세번째 병원은 예상할 수 있듯이, 나를 adhd라고

진단해주었다. 황송하옵게도..


20만원정도의 검사비와 초기 진료비 10만원 미만정도를

들여 나는 상담과 검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4가지 검사를 했던 것 같은데 지금 기억나는 건 3가지 뿐.

뇌파검사, 기질검사, 집중력검사를 진행했다.


검사의 유형은 아마 병원마다 다르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튼 이 병원은 이렇게 진행했고,

집중력검사는 특히 시각 집중력과 청각 집중력이 시작되는 지점, 유지,

완료를 정교하게 수치화해서 결과로 보여준다.


뇌파검사에서는 adhd가 보이는 전형적인 뇌파들이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기질검사는 다른 심리검사와 비슷하지만 왜 기질이 그러한지

adhd와 연관지어서 설명해주신다. 모든 것이 다 adhd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을 둘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약 8개월간 치료를 받았고, 호전이 되었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 치료기를 자세히 적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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