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posts

명예의전당



글보기
안녕하세요 입주했습니다^^
Level 3   조회수 57
2019-04-17 20:30:26
안녕하세요.

에이앱 블로거로 입주 신청을 한 25세 대학생 남자입니다.

올해 에이앱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들러서 게시글과 댓글들을 읽어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어릴 적 제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해요.

어릴 때를 기억해보면 저는 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행동이 굼떴습니다. 생각도

많았고 사회성이 부족해서 혼자 지내기 일쑤였죠. 초등학교 때를 떠올려보면 잡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수업에 잘 집중하지 못했어요. 준비물이나 숙제도 깜빡해서 선생님에게

자주 혼났던 기억이 나네요.

4학년 때는 나무를 그려보라는 심리 검사를 했는데 나이테가 많이 그려진 나무 밑동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긴 상담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나네요. 절 거울 앞에 세워놓고

되게 진지한 말투로 말씀 하셨는데

저는 그걸 듣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 지었던 기억이 나네요.

여러 가지로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해서 많이 괴로웠습니다.

초5때 들어서 공부를 잘해서 인정받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었습니다.

이상하게 마음 먹으니 공부가 잘 되어 가더라구요.

물론 처음에 무척 힘들었습니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기는 해도 잡생각이 너무 많고 불안해서 집중을 못했어요.

그래도 인정받아 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꾸준히 해서

선생님이나 주변 학생들로부터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저는 무척 행복했죠.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니까 이것만큼 기쁜 일이 없었을 겁니다.

한번 맛본 성취감은 지속되는 것인지

저는 중학교 때 특목고를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진짜 열심히 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얼마나 몰입을 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몰입에 들어가기까지 다른 사람들보타 수 십배의 노력이 필요했지만

일단 몰입 단계에 진입하면 오래 지속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제 본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구요.

사소한 물건을 정말 자주 잃어버렸고

과제나 준비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수행평가에서 많은 점수가 깎여

목표하던 등수에는 들지는 못했네요.

특목고를 가려면 내신을 비롯해서

다른 과목들을 선행해야 하는데

그것마저 따라가는 게 벅찼습니다.

이해가 잘 되지 않더라도 꾸역꾸역 했습니다.

물론 그 지식들은 곧바로 증발해버렸지만요.

안타깝게도 비교과 활동이 남들에 비해 부족해서

과학고에 떨어졌습니다.

처음 불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어안이 벙벙하더라구요.

갑자기 제 눈 앞에서 목표가 연기처럼 사라져버려서

저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결국 근처 공립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고1까지는 성적이 어느정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삶의 목표가 뚜렷하지도 않고

간절함도 없었기에

공부하는 '척'만 했을 뿐

저는 시간만 낭비하고 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 시간에 친구들 좀 더 사귀고 게임이나 실컷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성적은 계속 추락했고

저는 끊임없이 방황했습니다.

수학, 과학에 재능이 없다고 판단해서 문과로 진로를 돌렸습니다.

집중은 물론 뭘 하고 싶은지도 몰랐고요

불안감과 우울 증세가 무척 심했지만

저는 의지력마저 고갈되어 있던 상태였기에

그냥 방치했습니다.

다 제 의지와 노력이 부족할 뿐이라고 생각했죠.

이런 상황에서 수능을 잘 봤을 리가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재수를 시작했지만

부모님이 제 의지와 상관 없이 기숙형 재수학원에

강제로 집어넣었습니다.

학원비가 너무나도 비싸서 남들은 가과 싶어도 못가는 기숙학원인데

저는 그 기숙학원이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거기서 1년 살면서 정신줄이 끊겼습니다.

정신은 썩어들어갔고 몸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수능 결과도 지난 해랑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또 다시 수능에 도전했습니다.

이번엔 돈 덜 들이는 방법을 택했지요.

스스로 독서실 다니면서 공부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사람이 어떠한 치료 없이

수험 생활을 시작했으니

쉽게 게을러지기 일쑤였고, 계획표는 작성하다 말았습니다.

100일이 남았을때도 정신 못차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엔 성적이 조금은 좋았습니다.

같은 내용을 3년간 봤으니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게 있었나 봅니다.

그리하여 정말 재수 좋게 교차지원해서 인서울을 했습니다.

저는 컴퓨터공학과를 다니고 있는데,

전공 과목에 대한 기초 지식이 너무 부족해서

따라가기 너무 힘들었습니다.

물리, 수학, 기타 프로그래밍 언어 등...

특성화고 출신 중에서 이미 배워와서 쉽게 고학점을 따가는 모습을

보고 정말 절망을 많이 했습니다.

어째서 나는 나를 제어할 수 없는 것이지?

결국 제 정신은 썩다 못해 터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너무 괴로워서, 죽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서, 휴학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나도 많이 들었지요.

더이상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정신과에 가서 중증의 우울장애를 확진받았습니다.

병원 가기가 두렵지는 않았어요. 당장 제가 괴로워 죽을 것 같은 생각에

남의 눈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거든요.

교양으로 간신히 학고를 면한 채로 저는 군으로 도망쳤습니다.

게다가 부모님은 제 정신 질환을 이해하지 못하시고

의지로 이겨내라는 말씀 뿐이셨어요.

매주 가서 진료비를 대는 게 부담스러워

한 6개월 정도 약 먹고 제맘대로 약을 끊었습니다.

공군으로 입대해서 2년 간 생활하면서

거지 같은 선임들을 만나며

저의 우울증은 재발하고 말았습니다.

더이상 버티다못해 주임원사님에게 가서

상담을 요청하고 군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았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1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심한 인격 모독을 당하고

음지에서 폭행을 당했는지 기억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나를 지독하게 괴롭히던 선임도 전역하고

약을 먹어가면서 우울감도 호전되었지만

일 하는 데 집중이 잘 안되고

일을 마무리짓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물건 잃어버리는 것은 여전했습니다.

감정 기복도 심했구요.

군의관은 제게 항우울제만 처방해줬지만,

저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지방에서 성인 ADHD를 접하게 되었는데

전혀 남일 같이 않았습니다.

청원 휴가를 이용해 검사를 받고 결과를 들고 나서

조용한 성인 ADHD로 판정받았습니다.

결과를 듣고 저는 양가 감정이 들었습니다.

내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있다는 희망과

여태껏 내 인생을 망쳐온 것에 대한 좌절감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껏 약을 먹어오고 있습니다.

처음 콘서타 18mg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72mg까지 증량되었습니다.

제 기준으로 약효가 너무 빨리 떨어져서

고용량으로 처방해주셨습니다.

치료 도중에 페니드도 먹어봤지만

불안감이 너무 심해서 콘서타만 먹고 있습니다.

모아둔 휴가를 사용해서 제대하기 전 학교 등록을 하고

지금은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다들 대단하다고 말해주지만

저는 적응하는데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정말 정신없이 학교를 다니다 보니

3월 한달은 아무런 성과 없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지금 첫 중간고사를 5일 앞두고 있습니다.

입주도 했고 마음도 불안해서

글을 통해 해소해보려고 했습니다.

의식이 흘러가는대로 글을 쓰다보니 정말 길어졌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같이 이겨내봅시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