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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그리고 어른
Level 3   조회수 33
2019-04-23 23:08:29
그아이는 어릴때부터 뭔가 남달랐다. 부모님과 함께 기차를 타고 할머니댁에 갈때에도

기차 첫칸부터 끝칸까지 요리조리 좌석을 돌아다니며 앉아있는 사람들 모두랑 인사도 하고 악수도 건네고 그렇게 다람쥐처럼 쪼르르 돌아다니는 아이를 엄마와 아빠는 진땀을 흘리며 잡으러 다녔다.

하루는 엄마와 시장을 갔는데 엄마손을 잡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한 어항가게를 보게 되었는데...

큰 어항에 금붕어 한 마리가 이리저리 물속을 휘젓고 다니는 것을 보고 그대로 양손으로 어항을 잡고 그 뒤뚱거리는 다리로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잠시 일을보다 아이가 사라진 것을 알고 막 찾게 되었다. 금새 5발자국도 못가 잡히게 되었지만...

또 한번은 할머니댁에 갔는데.. 새벽일찍부터 일어나 할머니께서 가족들 씻으라고 가마솥에 물을끓여놨는데.. 어릴 때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호기심에 그만 근처에있던 지푸라기를 모아갔고 물속에다 집어넣고 도망간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그후로 우리집안에 별종이 하나있다며 헛웃음을 치셨다. 어찌보면 아이때는 다 그럴수 있지.. 할 수 있겠지만.. 이런일들 말고도 그아이는 정말 이러저러 산만의 극치였고 엉뚱의 극치였다.

점점 커가면서 유치원도 다니게 되고 학원에도 가게되면서 그렇게 산만한 아이는 어른들의 눈에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가만히 있어라. 튀지 말아라. 왜그렇게 산만하니 등등.. 하루종일 혼나기 일쑤였고.. 악의가 없이 오로지 호기심가득했고 모험해보기를 좋아하던 아이는 점점 시무룩해져 가고 말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성격이 180도로 변하는 한 사건이 있었다, 그아이가 웅변학원에 다닐적,.7살무렵즈음인데..

학원에서 벽에다 아이들의 그림을 걸어놓고.. 이것저것 알림판용도로 작업을 하는 도중 선생님들이 실수로 압정을 몇 개 바닥에 흘렸나보다... 아이는 실수로 압정을 밟아버렸고 뒷꿈치에 그대로 깊숙이 박히게 되었다.. 너무 아프고 놀랐던 나머지 아이는 “선생님~ 선생님~ 저 발에 못박혔어요.. 발에서 피가나요~” 하고 연신 선생님들을 불러댔지만. 내 말소리가 잘 안들렸던지.. 선생님들은 아무도 그 아이의 외침을 듣지 못하였다.. 그렇게 압정이 박힌채 피가 줄줄 새면서 하루일과가 끝나자 아이는 피가난채로 발을 질질 끌며 집까지 가서 엄마에게 발을 보인후 그제서야 압정을 뽑고 약을 바를수 있었다. 그후로 아이는 튀는행동도... 입밖으로 말을 꺼내는것도... 과도한 호기심도 모두 스스로 삭이고 참으며... ‘안돼...말하면안돼...안돼 만지면 안돼.. 나쁜아이야 그러면 나쁜아이야’ 하며..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커나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거치며 아이는 점점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어두워보이는 아이로 커나갔다. 그리고 점점 속마음의 목소리는 반대로 커나가기 시작했다.. ‘너는 나쁜아이야.. 너는 사실 지금 속으로 온갖 못된짓을하고싶지? 욕도하고싶고.. 난리치고싶지? 안돼.. 너는 나쁜아이야 너는 영원히 갇혀 살아야해..’ 어느순간부터.. 그아이는 겉으로는 착한아이.. 모범적인아이.. 마음속엔 악마가 자리잡고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까진.. 어른들이 하라는대로.. 학교에서 주어진 시간표와 지침대로 ..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튀지않고 바른아이.. 교과서그대로 어른들 하는 그 말대로 표준적인 바른아이로 커나갔다.

하지만 비극은 스무살때무터 시작되었다. 대학에 합격하게되고 경기도에 학교가 있는지라 지방에서 통학을 하며 다닐순 없기에 기숙사를 신청해서 들어가게되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문제였다.. 오로지 시키는대로 학교에서 짜여진대로 행동하고 살던 아이는.. 난생처음 모든걸 스스로 해야하는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아무도 도와줄수 없고 내가 알아서 시간표를 짜고 내가 알아서 공부하고 .. 모든 것을 내가 알아서.. 그아이에게 있어... 처음 겪어보기도 하고.. 도저히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수렁에 빠진 기분이었다.. 점점 학교생활에도 지치고.... 선배..동기들과의 사이도 점점멀어지고.. 모든 것에 회의감이 느껴졌다.. 모든 것이 지쳐갔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결국 도망치다시피 학교를 나와 휴학을 하게됬다... 그리고 스물한살 군대..

군대에선 더욱.. 일상이 지옥같았다...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맘대로 이공간을 나갈수도 없었고..

매일같이 봐야하는 얼굴들.. 매일같이 똑같이 시작되는 일들.. 반복반복반복.... 아이는 점점 지쳐갔다. 그리고 스스로 뭔갈 해본적이 없기에 ..정말 사소하고 아주 작은일들부터 너무나 힘겨운 여정이었다... 군화끈매기.. 환복빨리하기.... 정리... 청소... 힘쓰는일들... 모든 것이 서툴렀다... 모든 것이 험난했고.. 나름 노력도 열심히 했다.. 옷을 가장 늦게 갈아입기에.. 일부러 아무도 모르게 속에 미리 옷을 입어놓고.. 최대한 빨리 갈아입기도 해보았고.. 아무도 없을 때 혼자서 정리하고 치우기도 하고... 그렇게라도 안하면.. 도저히 남들을 따라갈수 없었다.. 그렇게해도.. 결국 욕먹는일은 사라지지 않았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사람들에게 착해보여야 했고.. 튀지않아야 했고... 모범적인 겉모습을 유지해야했기에... 속마음의 괴리와 겉모습이 너무 일그러져...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점점 미쳐갔다. 결국 적응하질못해 현역복무부적합 심사를 받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하게되었다.

그렇게 이리저리 치여가며 나이는 한 살 한 살먹고.. 끝없이 좌절과 포기를 겪어가다가 이대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신경정신과를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모든 의문점이 풀려버렸다.. 아이가 듣게된 병명은 ADHD.. 보통 ADHD라고 하면 어린아이들만 겪는 산만하고 주의집중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갖게되는 병이라고 생각할수 있지만.. 성인까지 그게 이어져서 계속 ADHD를 겪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아이는 바로 그런 부류에 속했다. 모든 의문이 풀려갔다.. 왜그렇게 모든 것이 힘들고.. 평범하질 못했고.. 한가지에 집중을 하지 못했는지를.. 이제까지 겪었던 수많은 난관들을 떠올려보니..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그후로 병원에서 주는 약을먹어가면서.. 스스로 겪고있는 ADHD라는 질환에대해서도 알게되고.. 스스로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이제껏 작은악마라고 치부하고 억누르려고 했던 속마음과도 다시한번 대화를 시도해보게되었다.. ‘그래.. 너도나고 이 겉모습도 나고.. 그냥 모든게 나였다.. 그냥 너는.. 가엾은 한 아이였던 것이었어... 너는 못난 어른들이.. 사회의 기준이자 교과서라고 정해놓은 말도 안되는 틀속에 가둬둔 한 마리 양이었던거야.. 미안하다.. 나를 용서해주렴.. 지금까지 너를 나쁘다고 미워만하고 증오만하고 무시했던 또하나의 나를 용서해주렴..’

인생에 있어 결국 정해진 답은 없다.. 다들 저마다 이길이 옳다. 내말이 옳단다.. 이렇게해야 성공하는거야... 하고 말하지만.. 결국 저마다 다 다른말들이다... 답은..존재하지 않는다.. 답은...결국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옳고 그름이란 것도 결국 무의미하다..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 아이는 이제 어른으로써의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진짜 어른이 되는 길.. 그아이의... 그의 앞으로의 찬란한 여행길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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