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6. 06 새벽에페니드 조회수 33 2019-06-06 12:24:11 |
나는 이제 ADHD를 내 방어기제로 삼을 것이다. 누가 뭐라고만 하면 ADHD라서 그렇다고 중얼거릴 것이다. 나는 문제도 풀 거고 집중도 하고 일도 하고 직장에서 혼도 나고 잘릴 수도 있을 거다. 나는 그때마다 ADHD라서 그렇다고 변명할 것이다. 실패는 필연적이다. 좋은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니다. 일어날 일일 뿐이다. 나는 그때마다 ADHD라서 그렇다, 고 담담하게 말할 것이다. 집중력이 강해서 칭찬을 받을 때도, 때론 강박적으로 일을 관리하다 소 뒷걸음치듯 일을 잘 해결할 때도, ADHD라서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굳이 기뻐할 것 없이. 너무 일찍 일어나더라도 너무 늦게 일어나더라도그건 ADHD탓이지 내 탓은 아니다. 나는 그냥 시계를 하나 새로 놓을 뿐이다. 예전 경험을 되살려 방을 정리하고 명상을 하고 하루를 조금 일찍 마칠 뿐이다. ADHD라서 그렇다. 두려움이 일어나도 우울이 일어나도 흥분이 일어나도 그건 ADHD때문이다. 명상앱을 켜자. 좋은 일도 없고 나쁜 일도 없다. 일어난 일과 일어날 일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의지따위 일으키지 말고 약이나 먹고 조심하고 준비하고, 실패하면 ADHD라서 그래. 나는 그런 변명으로 피해가면서 다른 일을 준비해야지. 때론 지쳐 쓰러졌을 때 비난과 비판을 그만두고 충분히 슬퍼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