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커피, 낭만적일 수 없는 자영업. 쿼츠 조회수 42 2019-06-26 19:15:25 |
수많은 카페가 생겼다 사라지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퇴직금으로 카페를 창업하는 걸 보면, 꽤 많은 사람이 카페 사장의 꿈꾸는 듯하다. 카페 운영이, 커피프린스 1호점 드라마처럼 낭만적일 거라고 상상하면서. 나는 사실 그 드라마를 본 건 아니지만, 그냥 막연히 커피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때 카페 주인을 꿈꿨다. 심지어는 우연찮게 좋은 기회를 잡아 한 카페를 혼자 운영하기도 했고.
커피를 좋아하는 것과 커피를 직접 만드는 것, 카페에서 일하는 것, 카페를 운영하는 것. 이 네 가지는 굉장히 차이가 크다. 물론 대다수는 모를 것이다. 커피를 좋아해서 혼자 커피 만들다가 카페 취직하고 나중엔 자기 카페 차리는 사람이 세상에 있어봤자 얼마나 되겠는가.
카페를 차리는 것은, 커피의 연장선이 아닌 자영업의 연장선으로 접근해야 이해가 좀 더 쉬울 것이다. 커피는 낭만적이지만 자영업은 낭만적이지 않기에, 한동안 그 간극에 힘겨워했다. 카페 알바로 충분히 사장을 간접 체험했다 느꼈지만, 간접 체험은 말 그대로 ‘간접’일 뿐이었다. 미디어에 하수구 뚫고 쓰레기 치우는 카페 알바생이 안 보이듯, 알바생에게는 경쟁 가게를 의식하고 월세나 매출 같은 걸 걱정하는 사장이 안 보인다. 정확히는, 보여주기 싫어한다고 표현하는 게 더 옳을 것이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 보여주기 바쁜 TV에 막힌 하수구가 자리할 틈이 있을 리가.
카페 주인과 월급 받는 바리스타 또한 입장이 다른 경우가 많다. 바리스타의 마인드로 카페를 유지하는 사람이 분명 있긴 있겠지만, 대다수는 바리스타의 입장으로 카페를 열었다가 자영업자로서 카페를 유지한다. 사실 막연히 커피 관련 경험 하나 없는 채로 본사만 믿으며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 또한 많고.
뭐가 됐든, 커피는 낭만적이지만 자영업은 절대로 낭만적일 수 없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다. 최고급 커피를 팔든, 테이크아웃 전문점의 “아메리카노, 물보다 싸다! 1리터에 천 원!” 커피를 팔든.
여전히 나는 커피를 좋아하고, 웬만한 카페 사장들보다 커피를 잘 만들 자신이 있다. (사실, 이건 내가 커피를 잘 만든다기보단 꽤 많은 카페 사장이 커피를 이해하지 못한 채 카페를 운영해서 할 수 있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앞으로 카페를 운영할 일은 평생 없을 것 같다. 피 말리는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