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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3. 25

#1. 감작스럽게 평온을 되찾았다. 지난 3일간을 힘들게 했던 에피소드의 마지막에 나는 이제 그냥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미워서도 아니고 싫어서도 아니고 친구로서 좋아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그냥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아직도 조금 남아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입병의 폭풍이다.
스트레스를 폭풍같이 받았더니 혓바늘이며 구내염이며 장난이 아니었다.
독서실에서도 티가 난 것처럼 집에서도 티가 났는지 부모님이 회를 사주셨는데,
아무리 따가워도 회는 초장이며 쌈장에 다 찍어먹었다.
좋은 걸 먹었더니 기분이 나아졌다.
이렇게 티가 날 정도로 내가 감당할 수 없다면 냉담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이 (거의) 서른에 부모님을 걱정시키는 건 아무리 나라도 부끄럽고 슬프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장례식장에 갔다와서 느끼는 것은 그래도 밥은 들어가고 나는 살고 싶다는 것이다.
나는 변온동물이다. 변온동물도 이런 변온동물이 없다 싶다.
해줄 때는 한없이 뜨겁게 퍼주다가 아 아니구나 싶으면 한 삼일 끙끙대다 끊어버리는 것이다.
친구사이는 그렇게 할 수 있다. 음…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그러지 못하지만 그것도 언젠가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
결국 나도 친구를 가족같이는 못 여기는 것이다! 아 건강한 정신이여. 냉담한 파충류여.

그리고 친구의 조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이젠 정말 베프가 아무도 없는 게 아닌가 싶었을 때 나는 나에게 베프 말고는 친구도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았다.
말하자면 과두정 체제였던 것이다. 세 개의 머리…

나랑 잘 맞는다고, 말하지 않아도 내 뜻을 안다고, 정치적으로 비슷한 방향을 지향한다고 여긴 친구들에게, 과도한 애정과 마음의 지분을 넘긴 결과가 이것이어서 나는 크게 후회했다.
친구의 조건은 친구로 남고자 하는 의지만으로 족했던 것을… 해서 나는 하나의 머리나마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 사실에 만족했다.
그리고 마음의 지분을 내렸다.
나는 이것을 가족과, 친구가 되고자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소소하게 남발할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고양이님에게도.

#2.

재미있는 공부방식을 찾았다.
문제지를 쌓아두고 20분을 간격으로 책을 바꾸는 것이다.
책을 바꾸는 조건은 이것이다.

1)20분에 도달한 경우
2)모의고사 한 회를 다 푼 경우
3)모의고사가 아닌 문제집의 50문제에 도달한 경우.

그리고 한 시간에 10분씩 쉬면서 진행하기.
의외로 참 단순하고 효과적이다.
한 시간이 이렇게 충만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하루에 500문제 정도를 포괄적으로 풀게 되니까 편중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컴퓨터를 적게 쓰게 되니까 좋다.

 

#3.

여전히 지구는 냉정할 정도로 아름답구나

“2019. 03. 25”의 4개의 댓글

    1. 적당히 차가운 사람이라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로 쓰러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말씀 감사합니다.
      참… 나는 아침에 햇살만 봐도 위로가 되고 좋은데 이 느낌을 다른 사람들에게 좀 이식해주고 싶어요. 이걸 느낀다면 적어도 그런 쓸쓸한 느낌에서의 자살은 안 할 것 같은데… 취직이 안된다고 방황하며 죽을 거라면 차라리 그리스로 가서 막노동을 하고 햇살을 즐기면서 살겠어요…(거기만큼 햇살이 강력한 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두바이 살인광선 빼고. 햇살에서 질량을 느꼈어요.)

  1. 1. 스트레스가 정말 면역력 파괴시키죠 ㅜ
    저도 재작년에 진짜 생각하면 진저리가 나네요.
    역시 회는… ㅋㅋㅋ
    저도 참 친구가 많이 없어 내 자신이 이리도 매력이 없나 현타가 오기도 했지만,
    베프가 있어 그래도 ‘내가 그렇게 구제불능은 아니구나’ 다행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 친구만큼은 평생친구라서요.

    그전에 친구들을 좀 정리하고 제가 일부러 끊어낸 게 좀 많다보니 이젠 거의 없네요.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2. 피아노를 연습하면서 저도 악보를 번갈아 가며 연습합니다. 참 에이디 스러운 방법이죠.
    그래도 결국 어떻게든 조금씩 진도는 나갑니다. 악보를 번갈아 가며 연습하니 그래도 할만합니다 ㅋㅋ
    하나만 보고 하기엔 지겨워요.

    1. 1. 저는 이제 그냥 가족이랑, 가족에 준하는 누군가(생긴다면)에게만 집중하려고요. 친구가 없는 건 아닙니다만 마음은 좀 좁게 먹는 게 차라리 안정적인 것 같아요. 친구에게 신경쓰다 가족을 힘들게 한다면 그릇이 부족한 것이니까 그릇에 맞게 살려고요 ㅋㅋㅋ
      음… 저도 끊어냈는데 아직까지 후회가 없는 친구들도 있네요 ㅋㅋㅋㅋ 없으면 외로운데 있으면 괴롭다면 괴로움을 없애고 외로움을 다스리는 게 맞겠죠.

      2. 참 일의 전환을 못 하는 사람인데 일은 돌아가면서 하는 게 능률적이라니 말만 떼어놓고 보면 모순적인데, 아무래도 외부 환경에 의해서 일을 전환하라고 강요당할 때랑 스스로 바꾸는 것의 차이가 아닌가 싶어요. 어쨌든 우리가 서 있는 지점에서의 최선이죠. 힘냅시다! 언젠가 정모에서 피아노 치시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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