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요즘 공부가 다시 흔들린다. 어제 다른 누군가에게 “꽤 흔들리는 편인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비하하는 발언도 아니라서 기분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그 대화 상대자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고’ 적당한 말들을 지껄이는 내가 너무 놀랍게 느껴졌다.
대체 이게 뭐하는 놀라움이지?
일단 왜 내가 지금 불안정한지부터 생각해 보았다.
1) adhd 특유의 감정 조절 능력 부족
+ adhd의 다른 부분들을 잡아주기 위한 페니드의 부작용, 불안을 야기함.
2) 어린시절부터 거듭된 실수와 부정적인 피드백 축적으로 인한 불안장애
3) 졸업 이후, 학업을 제외한 다른 여러가지 일들에서 실패. 자기효능감이 부족함.
>일단 내가 뭔가를 못한다고 상정하고 일을 짜고 계획하는 게 남들에게는 이상해 보임. 근데 나는 그러지 않을 수가 없음.
이건 절대 자신감이 없는 게 아님.
4) 나를 깊이 이해해준 베프가 자살한 뒤로, 연락을 받지 않는 특정 인물들이 죽었을까봐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음.
>모두가 과한 걱정이며 현실이 아니라 니 불안이라고 하지만, 최근에 그 일이 또 일어났고, 다른 하나는 연락이 끊긴 채 정말 생존조차 알 수가 없음.
모두가 불안과 현실을 구분하라고 했지만, 실제로 또 일어난 것임. 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음. 안 겪어본 사람들이 이 현실감을 못 느끼는 것 같음.
예전에 아버지가 사기를 당할 뻔 했을 때 세상에 사기꾼이랑 속는놈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셨는데
내 버전으로는 세상에 자살하는 사람과 자살하지 않는 사람만이 존재함. 나를 깊이 이해한 베프였던 사람 중에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 없음.
정말 어제는 속이 다 타서 찢어질 것 같았고 지금도 별로 상태가 좋지 못함. 정말로 여기서 못 버티면 폐인이 될 것 같음.
5) 일반인도 불안한 수험생활중 지금 84일 남음.
반성
이렇게 내 불안정의 이유들을 나열한 뒤에 내가 왜 놀랐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대화를 하면서 처음 느낀 것은 이질감이었다.
대화를 하고 있지만 입을 닫고 있는 감각, 그 이질적인 느낌, 앎에 대해서 나는 놀란 것이다.
대부분의 공동체에서,
앞으로 내가 만날 사람들에게
내가 나를 진심으로 보여줄 일은 이전까지만큼 많지 않겠구나.
예전에는 사람을 만나는 거, 대화를 하는 거 다 기쁘고 좋은 일이었는데
금방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친구가 되곤 했는데
이제는 몇발짝 멀리 떨어져서 울타리 치고 바라보는 게 나에게 편안한 스탠스구나…
열심히 공부해서 빨리 합격하고 고양이라도 한 마리 키워야겠다.
고양이가 자살할까봐 무서울 일은 없겠지.
저도 며칠전에 친한 친구가 연락도 안되고 자살할까봐 걱정돼서 비상연락처 받아놨어요.ㅜㅜ 생각만해도 불안한데 울무나겨님 많이 힘드셨겠네요.. 울무나겨님 힘내요! 그래도 다시 봄은 돌아오니까요.
맞아요. 더이상 우정은 없을 거라거나 더이상 사랑은 못할 것 같다거나, 그런 생각이 맞는 경우는 아직까진 잘 없는 것 같아요.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조차 대체불가능한 사랑은 아닌 것 같아요.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게 때로는 아주 서글픈데, 또 때론 그만큼 든든한 게 없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흔들리더라도 다시 제 길을 찾으실거에요. 누구라도 불안할 시기이니까요… 화이팅.!
(너무 빨리 찾아서 머쓱타드…)
자신이 왜 불안한지에 대해 잘 보시고 성찰하시면서 잘 알고계시는거 같습니다.
저도 끊임없이 생각해내지만 계속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2. 22
4. 헐… 자살이라니.. 가장 소중한 친구가 그렇게 갔다는거면 정말 슬프겠습니다…
힘 내기 힘들겠지만 힘내세요…
좋은건 아닌데 이것도 익숙해지네요. 그러게 뭐 사람은 전쟁에도 적응하는 동물인데… 생존한 인간이랑 별개로 인간성은 좀 파괴되겠지만 곧 괜찮아지겠죠. 감사합니다.